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학원·교습소 등이 제대로 영업하지 못했지만 중·고교 사교육비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공교육 파행과 입시에 대한 불안감,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 부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부와 통계청은 9일 ‘2020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3∼5월, 7∼9월 6개월 동안 초·중·고 학급 3000여개를 조사한 내용이다. 전체 초·중·고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19년 32만2000원에서 지난해 28만9000원으로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초등 사교육이 크게 위축돼 전체 수치를 끌어내렸다. 초등학생은 2019년 29만원에서 지난해 22만1000원으로 23.7%나 감소했다. 중학생은 34만원에서 32만8000원으로 약간 줄었지만 고교생은 36만7000원에서 38만8000원으로 증가했다.
도서벽지 학생 등 사교육을 아예 않는 인원을 빼고 사교육 참여 학생만을 추려 조사해보니 사교육비는 전년보다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교육을 시키는 학부모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사교육비를 더 썼다는 의미다. 사교육 참여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19년 43만3000원에서 지난해 43만4000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고교생은 60만8000원에서 64만원으로 증가했다. 중학생도 48만원에서 49만2000원으로 올랐다. 반면 초등학생은 34만9000원에서 31만8000원으로 감소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번 조사는 예년과 달리 ‘진로·진학 학습상담’(입시 컨설팅) 항목이 빠졌고, 조사 기간도 1년이 아닌 6개월이어서 실제 사교육비는 정부 발표보다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교육 격차도 여전했다. 월평균 800만원 이상 가구는 월 50만4000원을 지출했지만 소득 200만원 이하에서는 월 9만9000원에 그쳤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사교육비 격차는 5.1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국가 차원의 기초학력 진단평가를 전면 시행하고 지원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