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다자 안보협의체 쿼드(Quad)가 이달 중순 첫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데 대해 경계심을 드러냈다. 특히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취임 후 첫 순방에서 인도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지자 신경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중국은 쿼드에 참여하는 4개 국가 중 비동맹주의를 고수해온 인도를 가장 약한 고리로 보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9일 “쿼드 회원국은 각자 의제를 갖고 있고 미국 계획에 얽매이지 않는다”며 “각국의 목표 차는 결국 쿼드를 소멸시킬 것이며 쿼드는 안보 동맹이 아닌 빈말 클럽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외교 문제를 주로 다루는 이 매체는 쿼드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이해관계가 달라 미국 뜻대로 반중 포위망을 구성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이르면 다음 주 화상으로 쿼드 첫 정상회의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뤼샹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글로벌타임스 인터뷰에서 “쿼드는 오랫동안 존재해왔지만 미국은 쿼드 회원국이 어느 수준까지 중국과 맞설지에 대한 실마리를 여전히 잡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이 냉전 시대 특정 국가를 상대로 동맹관계를 맺었던 것은 다자주의 시대에 의미를 상실했다”며 “이번 아시아 국가 방문 결과에 대해 실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쿼드는 2007년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의 제안으로 처음 열린 4자 안보 대화에서 시작됐다. 한동안 뜸했던 이 대화는 2015년 인도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인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다시 동력을 얻었다. 이런 움직임은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더욱 강화됐다. 쿼드 국가들은 2019년 9월 뉴욕 유엔총회를 계기로 4개국 외교장관 회의를 열었고 지난해 일본 도쿄에서 공식 회의를 했다. 지난달에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첫 쿼드 외교장관 회의가 개최됐다.
중국은 미국과 인도가 가까워지는 상황을 특히 경계하고 있다. 인구 대국이자 건국 이래 줄곧 비동맹 중립노선을 표방한 인도가 미국에 기울 경우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지난 7일(현지시간) 인도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오스틴 장관이 다음 주 인도를 방문해 라지나트 싱 국방장관과 회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인도 언론은 오스틴 장관이 방문하는 동안 인도의 러시아산 지대공 미사일 S-400 도입 문제 등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인도는 오는 10월 러시아로부터 이 무기체계를 인도받을 예정이다. 미 국방부는 오스틴 장관의 인도 방문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양시위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 국방장관이 처음 방문할 국가 중 하나로 인도를 열거한 것은 미국이 그만큼 인도를 중요시한다는 의미”라며 “그러나 미국과 인도간 활발한 교류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인도를 이용하고 인도는 중국 앞에서 허세를 부리기 위해 미국과 협력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그러나 인도는 결코 미국의 보조를 받는 동맹국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도가 미국 편을 들면서 중국을 자극할 때 치러야할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미국과 인도간 국방 협력도 실체가 없다고 깎아내렸다. 첸펑 칭화대 국가전략연구소 실장은 “인도의 방위체제는 러시아산 무기와 장비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미국이 주도하는 방위조약에 통합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미국의 군사 장비는 인도가 구매하기엔 너무 비싸다”고 강조했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과 인도는 무력 충돌 하는 등 갈등을 빚었지만 최근 두 나라 관계는 조금씩 풀리고 있다. 중국과 인도는 지난달 국경 분쟁 지역인 판공호 인근에서 군을 철수시켰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인도의 국경 문제는 평화 협상이 유일한 탈출구”라며 “중국과 인도는 서로에게 위협이 아닌 친구이자 동반자”라고 말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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