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신공항 사업 속도 ↑…국토부 ‘자기부정’ 과제

입력 2021-03-09 11:51 수정 2021-03-09 13:14
신공항 건설이 추진되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와 부산항신항. 연합뉴스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9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사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가덕도신공항 건설 추진을 위한 전담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사업 전반을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과거 가덕도신공항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던 국토부가 현재는 사업을 주도하는 입장이 되면서 ‘자기부정’을 해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국토부는 가덕도신공항 사업의 사전타당성조사를 통해 그간 가덕도신공항에 안정성, 시공성, 운영성, 경제성 등의 측면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뒤집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은 조속한 신공항 건설 추진을 위해 필요시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면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또 기본계획 및 실시계획, 31개 법에 따른 각종 인허가 절차 간소화, 신공항 건립 추진단 설치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국토부는 이날 국토부 2차관 직속 ‘가덕도신공항 건립 추진 태스크포스(TF)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신속한 사업 추진과 효율적 의사결정을 위해 TF단장은 손명수 국토부 2차관이 맡기로 했다. 또 공항 정책을 총괄 관리하는 국토부 공항정책관이 부단장을 맡는다.

TF단은 가덕도신공항특별법 제정에 따른 신공항 건립추진단이 정식 출범하기 전까지 가덕도신공항 사업 전반을 관리하게 된다. TF단은 가덕도신공항 사전타당성조사와 가덕도신공항특별법 하위법령 정비 등의 작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특별법 시행 전부터 철저하게 준비해 가덕도신공항을 성공적으로 건설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할 것”이며 “사업을 조속히 추진하기 위해 TF단을 중심으로 가능한 모든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국토부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하는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토부가 과거의 정책적 판단을 모두 뒤집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지난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들에게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사실상 반대하는 내용의 분석보고서를 제출했었다. 가덕도신공항의 문제점을 안정성, 시공성, 운영성, 경제성 등 7가지 항목으로 조목조목 짚었다.

국토부는 보고서에서 건설비가 부산시의 안인 7조원보다 훨씬 늘어난 28조6000억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활주로를 하나만 건설해 국제선으로만 공항을 사용하더라도 건설비가 12조8000억원가량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국내선 추가를 위해 활주로를 2개 설치하고 군 시설까지 이전할 경우 건설비가 28조6000억원으로 늘어난다고 추정했다.

보고서에는 기존 국제선만 건설하는 계획은 환승객 동선이 불편하고 항공기 운영이 비효율적이기에 통합 신공항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국토부의 주장도 담겼다. 한 지역에 여러 공항을 둘 경우 공역이 혼잡해 사고 위험이 클 수 있다는 공군 입장도 반영됐다. 국토부는 특히 가덕도신공항의 지리적 특수성을 우려했다. 가덕도 수심이 최대 21m, 연약층이 최대 45m인 상황에서 인천공항의 1.4배 수준에 달하는 흙을 매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활주로가 좁은 육지를 ‘ㅜ’자 형으로 올라타며 양쪽에서 바다에 노출된 상황은 부등침하 발생 가능성이 크고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일본 간사이국제공항의 경우 지반침하로 유지비가 10조원 넘게 든 점도 지적했다.

국토부는 2016년 사전타당성조사에서도 이미 가덕도가 입지 후보지 중 최하위 점수를 받았던 점도 고려해야 한다. 국토부는 당시 프랑스 파리공항 공단엔지니어링(ADPi)에 사전타당성조사를 의뢰했었다. 접근성, 소음·환경보호, 프로젝트 완료·실현 가능성 등에 가중치를 부여해 3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어 점수를 매긴 결과 가덕도는 김해공항 확장안, 밀양에 이어 3등을 차지했었다. 당시 ADPi는 가덕도신공항 건설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고, 시공 리스크가 있으며, 산지 절토·매립 등으로 자연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이보다 앞서 2008년 국토연구원이 진행한 신공항 타당성·입지조사에서도 가덕도신공항은 경제적 타당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비용 대비 편익 비율(B/C)이 밀양 0.73, 가덕도 0.7로 나와 두 곳 모두 1을 넘지 못했었다.

여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가덕도신공항 건설 사업에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터라 일부에서는 국토부가 ‘끼워 맞추기’식 사전타당성조사를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사전타당성조사가 객관성과 신뢰성을 잃어 추후 사업이 추진되는 여러 단계에서 부침을 겪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최대한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면서도 공항이 갖춰야 할 안전성과 기능성을 사업 초기부터 면밀히 검토해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