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NH회 사건’ 피해자 재심청구… 검찰 “인용해달라”

입력 2021-03-08 17:54

1972년 10월 유신 이후 첫 대학 공안사건인 ‘고려대 NH회’ 조작 사건의 피해자 양모(73)씨가 재심을 청구했다. 피해자 11명 중 10명이 재심으로 누명을 벗고 양씨가 마지막으로 법정에 섰다. 검찰에서는 이례적으로 재심을 개시해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부장판사 이현우)는 8일 반공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1년에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았던 양씨가 청구한 재심 사건의 심문을 진행했다.

양씨 측은 “이 사건 관련 공범으로 재판을 받았던 이들이 모두 재심에서 무죄를 받았다”며 “해당 재심에서 당시 중앙정보부 소속 사법경찰관들의 불법구금 등이 인정됐다”고 재심 청구 사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양씨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기록을 추가로 제출했다. 당시 형사소송법에 따라 양씨를 긴급 구속한 후 48시간 내에 발부됐어야 하는 구속영장이 시간을 넘겨 뒤늦게 나왔다는 내용이다.

양씨는 이른바 고려대 NH회 사건에 연루됐던 피해자다. 당시 중앙정보부는 고려대 학생들이 NH회라는 지하조직을 만들어 북한의 지령대로 반국가 활동을 펼쳤다고 보고 양씨 등을 연행했다. 고려대에 재학중이던 양씨도 영장 없이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조사를 받았다. 이 사건으로 총 11명의 피해자가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7년의 옥살이를 해야 했다.

하지만 2013년부터 피해자들이 재심을 청구해 누명을 벗기 시작했다. 이 사건에 연루돼 내란음모 등 혐의로 기소됐던 함상근씨 등 6명은 2013년 재심을 청구해 2017년 항소심에서 무죄를 확정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내란 선동으로 인정될 만한 폭력적인 행위를 선동했다고 볼 수 없고,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할 반국가단체를 구성하거나 가입했다고도 볼 수 없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로서 그동안 받았을 고통에 깊이 사죄드린다”며 피해자들에게 직접 사과하기도 했다. 양씨도 해당 사건 이후 학교에서 제적되고, 가족들도 연좌제로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측은 재판부에 양씨의 재심 청구를 인용해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검찰도 재심을 개시할 이유가 있다고 본 셈이다. 재판부는 당시 공소사실 복원본을 확인하는 대로 재심 개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