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로 정권을 강탈한 미얀마 군부가 국내외 정책 노선을 정반대로 설정하며 국면 전환에 사서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무자비한 탄압을 이어가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국제사회에 군부 집권의 정당성을 호소하며 로비전에 돌입했다.
7일(현지시간) 가디언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군부는 이날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시위대 학살로 악명이 높은 특수부대를 시내에 배치했다.
미얀마의 반쿠데타 활동가들에 따르면 미얀마 전역에는 최소 5개의 경보병사단이 투입된 상태다. 이 중 특히 주목을 받는 것은 제33경보병사단이다. 이들은 미얀마 북부 카친주와 샨주의 정글과 산지에서 소수민족 반군과 오랫동안 교전을 벌여온 정예부대다.
2017년에는 이슬람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의 거주지 인딘 마을 토벌에 투입됐다. 당시 이 부대는 로힝야족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하고 암매장한 뒤 생존자들을 집단 성폭행했다. 토벌이 끝난 다음에는 마을을 불태우기까지 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배를 타고 바다로 탈출한 로힝야족 수십만명이 집단 익사하는 참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주 미얀마 수도 양곤에서는 제77경보병사단 소속 군인들이 시위대에 의해 목격됐다. 이들도 2007년 승려들이 주도한 반정부 시위에서 비무장 시위대를 잔혹하게 진압해 악명을 떨쳤던 부대다.
선데이타임스는 군부가 시위대를 상대로 조준 사격을 해왔다는 의혹이 이들 부대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미얀마에서는 군부가 시위대에 대해 실탄 사격을 시작한 이래 10명 이상의 시민들이 머리에 총을 맞고 목숨을 잃었다.
반면 군부는 대외적으로는 쿠데타의 정당성을 얻기 위해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부정을 주장하는 등 국제사회에 호소를 거듭하고 있다. 이날 가디언은 군부가 이스라엘 정보요원 출신인 거물 로비스트 아리 벤메나시를 영입했다고 보도했다.
벤메나시는 제33경보병사단의 소행으로 알려진 ‘로힝야족 학살 사건’이 사실은 수치 고문에 의해 자행됐었다는 등 여론전에 이미 돌입했다. 2017년 당시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민주화의 상징과도 같던 수치 고문은 이 문제를 방관하고 군을 두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더해 벤메나시는 수치 고문이 단순한 방관자가 아닌 주도자였다고 주장한 것이다.
또 군부가 수치 정권의 친중국 행보를 막기 위해 반란을 일으켰으며 쿠데타의 명분으로 알려진 부정선거에 대한 증거도 다수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가디언은 벤메나시가 이같은 주장들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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