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이는 지수에 개미들 눈높이 낮추나… ELS·해외펀드 등 중위험·중수익 자금 늘어

입력 2021-03-09 06:00

국내 증시가 3000선에서 더 오르지 못하고 출렁거리자 해외펀드와 ELS(주가연계증권), 공모주펀드 등 중위험·중수익 투자처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급등락을 반복하는 변동성장에서 직접투자 승률에 대한 개인들의 자신감이 약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9일 증권정보포털에서 파생결합증권 월별 발행 규모를 보면 지난달 ELS 발행량은 5조6142억원으로 전월(3조5851억원)보다 56.6%(2조291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12월(3조1006억원) 이후 2개월 연속 증가다.

ELS 발행량이 5조원을 넘기기는 코로나19 대유행 전인 지난해 2월(6조9562억원) 이후 처음이다. 이 규모는 지난해 5월 1조3746억원까지 급감했다가 6~8월 2조원 초반을 유지했다.

최근처럼 증시가 변동성을 보이던 지난해 9월과 10월에는 각각 3조7752억원, 4조1633억원으로 2개월 연속 늘었다. 증시가 다시 급반등한 11월과 12월에는 각각 3조3785억원, 3조1006억원으로 감소세로 들어갔다.

ELS는 투자금 대부분을 채권에 넣어 어느 정도 원금을 보장할 수 있게 하고 나머지 자금으로 코스피200 같은 주가지수나 개별 종목에 투자하는 대표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다. 증시 상승기에는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증시 하락기나 변동성 확대 시기에는 수익률 방어 효과를 볼 수 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 코스피 3000을 넘어선 국내주식 시장이 주춤하면서 ELS 등의 발행 규모가 증가했다”며 “국내외 주식시장 지수가 높아지면서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고 해석했다.

최근 증시 조정 국면에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낮아지면서 반대로 ELS 등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다는 게 김 연구원의 진단이다. 그는 당분간 ELS 발행이 점차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간접투자인 해외주식펀드로의 자금 유입도 눈에 띈다. 지난해를 거치며 미국 등 해외시장에도 눈을 뜬 개인투자자들은 애플 테슬라 같은 주요 종목 직접투자와 함께 해외상장 ETF(상장지수펀드), 해외주식펀드 등으로 투자 범위를 넓히는 모습이다.

김 연구원은 “최근 6개월간 자금이 많이 유입된 펀드는 전기차, IT, 중국, 친환경 분야”라며 “자금 유입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몇몇 펀드는 순자산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정보기술 섹터에 투자하는 ‘피델리티글로벌테크놀로지’ 펀드는 순자산이 2조3671억원까지 불어났다. 1년 수익률은 53.8%다. 이밖에 미래에셋차이나그로스(1조379억원), 한국투자글로벌전기차&배터리(1조1385억원)이 순자산 1조원대를 기록했다. 이들은 각각 83.2%, 88.5%의 연간 수익률을 기록했다.

올해는 공모주펀드에 대한 관심도 높다. 지난해 증시 활황 국면에서 SK바이오팜,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 대어급 IPO(기업공개)가 잇따르며 공모주펀드 수익률이 높아진 영향이다. 지난해 해외펀드를 포함하는 IPO 펀드의 1년 수익률은 12.6%로 2019년(2.6%)보다 4배 가까이 상승했다.

올해도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LG에너지솔루션(LG화학 배터리 사업 부문) 등 유망 기업이 신규 상장을 앞둔 만큼 공모주펀드 시장에 대한 기대도 크다.

김 연구원은 “IPO가 활성화될수록 IPO 경쟁률은 크게 높아진다”며 “이런 상황에서 공모주펀드가 공모주 투자에 좋은 대안이 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