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19대 국회의원 시절 국책사업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법을 발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예타 조사를 피해간 4대강 사업을 반면교사로 삼아 공정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이랬던 한 장관이 ‘예타 면제’ 특례조항을 담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 특별법을 대표 발의해 국회 본의회 통과에 이르게 한 것은 정치적 이중잣대라는 비판이 나온다.
8일 국민일보 취재결과 한 장관은 2013년 11월 당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11명과 예타 조사를 강화하고 면제 사업을 구체화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예타 조사 면제 대상을 법률에 명시했다. 대상 사업에는 국방 관련 사업, 국가 간 협약 사업 등이 규정됐다. 한 장관 등 당시 법안을 공동 발의한 의원들은 “행정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예타 조사 면제 대상 사업이 결정될 소지가 있는 등 투명성·실효성을 확보하기 미흡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에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 예타 면제’를 겨냥하고 재발을 막으려는 의도가 컸던 것으로 파악된다. 국가재정법은 사업이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 재정이 300억원 이상인 사업의 경우 예타 조사를 받도록 규정하지만, 이명박정부는 재해 예방 취지 등을 이유로 4대강 관련 사업을 포함한 총 88건(사업비 60조3109억원)의 예타를 면제했다.
하지만 한 장관은 최근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통해 ‘예타 조사 등 사전절차 면제 및 단축’을 요구했다. 8년 전 야당 의원일 때는 ‘예타 면제 꼼수’를 저지했던 한 장관이 10조원 안팎의 가덕도 신공항 건설 예타 조사를 면제해 준 것은 정치적 이중잣대라는 지적이다. 물론 아직 예타 조사 면제가 확정된 건 아니다.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의 환경영향평가 공정성 훼손도 우려된다. 2016년 정부 의뢰로 사전 타당성 연구를 수행한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은 “자연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가덕도는 신공항을 건설할 만한 일반적인 공항 후보지가 아니라고 평가했다. 가덕도는 김해·밀양보다 현저히 낮은 환경 점수를 받았다. 환경파괴 가능성이 반영된 결과였다.
한 장관이 낸 특별법에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필요한 특례 및 규제 완화 등을 규정한다”는 내용이 있다. 환경영향평가를 면제하려 했던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환경영향평가 담당 부처는 환경부다. 평가서의 거짓·부실 작성을 판단하는 전문위원장도 환경부 장관이 지명한다. 환경부는 4대강 사업 당시 환경영향평가를 졸속 처리해 비난받기도 했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 환경영향평가 등이 형식적 셀프 검증에 그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