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택배노동자의 ‘예고된 과로사’…대책 마련하라”

입력 2021-03-08 16:24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열린 쿠팡 심야·새벽 배송 담당하던 이모 씨 사망 관련 기자회견에서 고인을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택배 노동자들이 최근 고시원에서 숨진 채 발견된 쿠팡 택배 노동자의 사망 원인으로 과로를 주장하며 쿠팡 측에 사과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는 8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처참한 심야·새벽배송이 부른 ‘예고된 과로사’가 또 벌어졌다”며 “쿠팡이 공식 사과하고 보상·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을 때까지 유가족과 함께 싸우겠다”고 밝혔다.

대책위와 경찰에 따르면 쿠팡 송파 1캠프에서 심야·새벽배송을 담당하던 이모(48)씨는 지난 6일 낮 12시23분쯤 송파구의 한 고시원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배우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시신을 찾았다. 시신 발견 당시 고시원 방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으며, 현재까지 타살 정황은 없는 상태다.

이씨는 돈을 벌기 위해 자녀와 배우자를 지방에 두고 서울로 올라와 홀로 고시원 생활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계약직으로 쿠팡에 입사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된 그는 배우자에게 수시로 심야 노동의 어려움을 호소했다고 한다.

진경호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부검 결과 ‘뇌출혈이 발생했고 심장 혈관이 많이 부어오른 상태였다’는 1차 소견이 나왔다”며 “전형적인 과로사 관련 증상인 데다 이씨가 평소 지병이 없던 점 등으로 볼 때 과로사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대책위 측은 이씨가 오후 9시부터 오전 7시까지 주 5일을 근무했다며 “이씨 동료 증언에 의하면 쿠팡은 이씨 근무시간에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물량을 모두 처리하도록 강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1시간인 무급 휴게시간마저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일을 하게 했다”고 덧붙였다.

또 “지난해 10월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심야 업무 노동자가 숨진 뒤 과로사 대책을 쿠팡에 여러 차례 요구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이씨 과로사는 쿠팡에 의한 간접적 타살”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쿠팡에서만 지난해 4건, 올해 2건의 과로사가 발생했다며 정부가 쿠팡을 중대재해다발사업장으로 지정하고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와 정부, 국회가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릴 것도 제안했다.

그러나 쿠팡 측은 이날 낸 입장문에서 “(이씨는) 지난달 24일 마지막으로 출근한 이후 7일 동안 휴가와 휴무로 근무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사망한 것”이라며 “지난 12주간 근무일수는 주당 평균 4일이었고 근무시간은 약 40시간”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는 대책위가 지난해 발표한 택배업계 실태조사 결과인 평균 주 6일, 71시간 근무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고 했다.

다만 “고인과 유족들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를 표한다”며 “사망원인을 확인하는 절차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유족의 아픔을 덜어드리기 위해 모든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