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3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성공하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초대형 항공사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대한항공은 지난 4~5일 우리사주조합과 구주주를 대상으로 진행한 유상증자 청약률이 104.85%를 기록했다고 8일 공시했다. 발행 예정 주식 수는 1억7361만1112주이며, 초과 청약 주식 수는 2087만2966주다. 초과 청약에 참여한 청약자는 초과 청약 주식 수에 초과청약배정비율(59.63%)을 곱해 산정한 주식 수에서 1주 미만이 줄어든 주식을 배정받는다.
초과 청약 후 발생한 단수 주에 대해서는 이달 9~10일 일반공모 청약이 진행된다. 신주 상장 예정일은 이달 24일이다.
대한항공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총 3조3159억원을 확보했다. 이중 1조5000억원은 아시아나항공인수에 활용하고 나머지 1조8159억원은 4~12월 채무 상환에 활용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6월 30일 아시아나항공의 1조5000만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인수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선 현 주가보다 낮은 신주 금액과 향후 탄생할 초대형 항공사에 대한 실적 기대감이 유상증자를 흥행으로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화물 운송 전략을 통해 1094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면 대한항공이 항공업계 구조조정을 바탕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 효과를 본격적으로 누리고 ‘최후의 승자’가 될 거란 기대감이다.
다만 기업 결합 심사, 여객 회복 시기 등은 여전히 성공적인 M&A를 위한 과제로 남아있다. 특히 대한항공은 빅딜 이후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부채를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여객 수요 회복 시점이 늦어지면 유동성 문제가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