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규근 본부장 구속영장 ‘기각’ 놓고 외압논란

입력 2021-03-08 15:07

법원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의 핵심 인물인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결정 과정에서 외부압력이 있지 않았느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구속영장 청구서 내 ‘발부’란에 도장을 찍었다가 수정테이프로 삭제 후 ‘기각’란에 다시 도장을 찍은 흔적이 기각 결정을 알리기 위해 검찰에 반환한 문서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은 지난 2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차 본부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수원지법 오대석 영장전담판사는 5일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해 다음날인 6일 새벽 기각을 결정했다.

이어 같은 날 검찰에 차 본부장의 구속영장 청구서 ‘기각’란에 도장을 찍어 검찰에 반환했다.

통상 검찰이 법원에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법원은 심문을 진행한 뒤 검찰이 보내온 구속영장청구서 상단에 ‘발부’ 또는 ‘기각’ 란에 찍혀있는 고무인에 각각 도장을 찍어 검찰에 반환한다.

아울러 발부인 경우에는 별도의 구속영장을 작성하게 되며, 기각인 경우 해당 구속영장 청구서 하단에 구체적인 기각 이유를 덧붙여 작성하게 된다.

문제는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날인란의 발부 쪽에 도장을 찍었다가 이를 수정액으로 지우고 다시 기각 쪽에 도장을 찍어 반환한 수정 흔적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러하자 일각에서는 오 판사가 당초 구속영장을 발부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가 외압으로 인해 영장을 기각하기로 결정을 바꾼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법원은 “발부·기각 여부에 대한 결정문을 모두 다 써놓고, 마지막으로 날인란에 도장을 찍었다”면서 “오 판사가 이를 출력해 구속영장 청구서에 풀로 붙인 뒤 도장을 찍는 과정에서 실수를 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압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당시 오 판사는 “엄격한 적법절차 준수의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사안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현재까지의 수사과정에서 수집된 증거자료, 피의자가 수사에 임해온 태도 등에 비춰 증거인멸의 우려나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기 어려워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기각 사유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수정 흔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차 본부장은 법무부 출입국심사과 공무원들을 통해 2019년 3월 19일 오전부터 같은 달 22일 오후까지 177차례에 걸쳐 김 전 차관의 이름, 생년월일, 출입국 규제 정보 등이 포함된 개인정보 조회 내용을 보고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3차례에 걸쳐 차 본부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뒤 혐의가 입증됐다고 판단해 2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한편 오 판사는 지난달 22일 영장전담 업무를 처음 맡아 이달 초부터 영장실질심사를 해왔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