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인앱 결제(In-App Purchase) 수수료 인상을 앞두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구글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알아서 수수료를 낮추라”는 지적인데, 정작 해를 넘긴 인앱 결제 강제 방지법 입법에는 소극적이면서 기업의 정책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8일 과방위 국민의힘 의원들은 성명서를 통해 “구글이 가까운 시일 내에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수수료를 15% 이하 수준으로 인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애플이 중소개발사에 한해 수수료를 30%에서 15%로 인하하는 만큼 구글도 이와 유사한 수준의 부담 완화안을 가져오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내 앱 마켓 시장 점유율 63%의 압도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구글의 인앱 결제 강제안이 국내 콘텐츠 개발사와 소비자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고 지적했다. 구글의 인앱 결제 정책은 예정대로라면 오는 10월부터 앱 내 모든 디지털 콘텐츠 결제 시 적용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구글이 거둬들일 비게임분야 수수료가 885억~1568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구글의 인앱 결제 요구는 본사가 위치한 미국을 포함해 해외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 하원에서는 주별로 인앱 결제 수단을 강요할 수 없다는 법안이 통과됐고, 매사추세츠·미네소타·위스콘신주 등에서 비슷한 입법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지난 국회에서부터 이어져 온 법안 처리는 이번 국회에 접어들어서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미 관련 법안(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지난 국회에서 다수 발의됐지만 계류돼 있다. 법안의 주요 골자는 앱 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 수단을 강제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다.
구글코리아 측은 이번 국회에서 다시 법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자 수수료를 인하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구체적인 수수료율이나 일정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일부 의원들이 이러한 요율 인하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목소리를 냈지만 야당은 “추가 검토할 부분이 많다”며 법안심사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민주당 소속 과방위 관계자는 “구글코리아가 일부 의원실에 수수료 완화를 본사에 요청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는 소식이 마치 수수료 인하를 고려하는 것처럼 알려지면서 동력을 상실한 부분이 있다”며 “야당에서 적극적인 법안심사 논의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에서는 지난해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해당 법안에 대해 ‘자국 기업을 표적으로 삼았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이후 통상 문제를 우려하는 신중론이 커졌다. 법안 처리와는 별개로 “실리를 얻어내야 한다”는 내부의 목소리도 있다.
업계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보기술(IT) 업계와 스타트업 단체들이 콘텐츠 가격 인상으로 인한 소비자 부담과 앱 생태계 악화 등을 우려하며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하고 있지만 국회에서의 논의가 진척되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구글이 일시적으로 한국에서 수수료를 낮춘다고 해도 독점 지위를 이용해 언제든 수수료를 올릴 수 있다”며 “법 개정 등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