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을 하다가 대만인 유학생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 측이 1심 결심공판에서 “음주수치가 비교적 높지 않았던 점을 참작해달라”며 선처를 구했다. 이 남성은 음주운전 전력이 두 차례 있고, 이번 사고 당시 혈중 알콜농도는 면허취소에 근접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민수연 판사는 8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위험운전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52)씨의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음주운전 전력이 2회 있는데도 또 범죄를 저질렀다”며 징역 6년을 구형했다. 유죄 선고 시 김씨의 법정형은 2018년 12월부터 시행된 ‘윤창호법’(개정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이다.
김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뼈저리게 반성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음주수치가 비교적 높지 않았고, 당시 끼고 있던 하드렌즈가 이탈해서 사고가 발생한 점을 참작해달라”고 선처를 구했다. 김씨 측이 음주수치가 비교적 높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과 달리 사고 당시 김씨의 혈중 알콜농도는 면허취소 기준(0.08%)에 근접한 0.079%(면허정지)로 조사됐다.
피해자 측 변호사는 “피해자의 부모님은 아직도 충격에서 못 벗어났다”며 “28년을 키워온 딸의 사망소식을 듣고 이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엄중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최후진술에서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이렇게 크나큰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해 매일 후회하고 있다”며 “고인과 유족분들께 진심으로 사죄하고 용서를 빈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인근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차량을 몰다가 20대 대만인 여성 A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은 같은 달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횡단보도 보행 중 음주운전자의 사고로 28살 청년이 사망했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오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 청원은 23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김씨의 선고공판은 다음 달 14일 열린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