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에 깊숙이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의 1심 선고가 23일로 재차 미뤄졌다.
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부장판사 윤종섭)는 오는 11일 예정됐던 이민걸 전 실장과 이규진 전 상임위원 등의 선고공판을 23일로 연기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달 18일 선고를 하려다 기록 검토와 판결문 작성을 이유로 한 차례 기일을 미뤘다. 재판부는 이번에도 “기록 검토와 판결서 작성에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례적으로 선고 기일을 두 번이나 변경했다. 법원 안팎에서는 “이례적이다” “의견 조율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이민걸 전 실장과 이규진 전 상임위원은 사법농단 의혹의 ‘본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은 앞서 무죄 선고를 받은 사법농단 관련 재판의 전·현직 법관들과 달리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과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은 재판장인 윤 부장판사가 형사36부에서 별도 심리 중인 임 전 차장에게서 “예단을 갖고 재판한다”며 기피 신청을 받은 적이 있어 더욱 주목을 받았다. 법관들 사이에서는 “이 사건은 유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이민걸 전 실장은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지위 확인 소송에 개입하고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 모임을 와해시키려 한 혐의(직권남용)로 기소됐다. 이규진 전 상임위원은 헌법재판소 파견 법관을 통해 헌재의 내부 기밀을 불법 수집하고 옛 통진당 관련 재판에 개입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