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어린 흑인 소녀가 앞에 앉은 할머니의 얼굴을 감싸듯 만지고, 할머니는 부드러운 미소로 아이의 팔을 가만히 잡고 있다. 흑백으로 표현된 이 사진은 무성 영화처럼 조용해 보이면서 따스한 감성이 그대로 느껴진다.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활동하는 흑인 여성 사진가 바네샤 샬롯이 찍은 작품이다.
애플은 ‘3월 8일 여성의 날’을 기념해 미국, 홍콩, 이탈리아 등 세계 각국 여성 사진가가 아이폰12 시리즈를 활용해 찍은 사진 작품을 소개했다. 여성의 눈으로 본, 여성을 위한 여성 사진들이다.
바네샤 샬롯은 흑백 사진을 통해 보편적인 인간의 경험을 전달해, 기존의 사회적 위계를 깨트리고자 한다. 그는 특히 흑인 가족 내 할머니를 주목한다. 그는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여성 가장들에 대해, 그리고 이들이 어려운 시기에 어떻게 가족의 유대를 만들어냈는지에 대해 항상 생각한다”면서 “역사적으로 흑인 가족 내에서 할머니는 근본적인 구성 요소이자 주춧돌의 역할을 한다. 할머니를 통해서 사랑, 위안, 강인함, 지혜를 알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에 애플이 공개한 사진에선 할머니와 손녀의 교감이 그대로 느껴진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활동하는 치아라 미렐리는 여성 롤러 스케이터와 스케이터보더를 찍었다. ‘프로페셔널리즘과 사진 이미지에 대한 취향에는 성별이 없다’는 점을 강조해 온 그는 “이탈리아에서 스포츠라고 하면 축구 등의 팬을 몰고 다니는 팀 스포츠를 연상하지만, 스포츠는 그보다 훨씬 다양하다”고 말한다. 소년들이 대부분인 스케이트 램프에서 점프와 묘기를 겨루는 여성 스케이터보더의 모습을 담은 이유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활동하는 셀리아 D 루나는 여성과 여성의 연대에 집중한다. 이번 애플에서 공개한 작품에선 생명을 품은 여성들의 모습을 담았다. 그는 “자매애를 보여주고 여성을 어머니 지구만큼 위대한 존재로 그리고 싶었다”며 “대부분의 여성은 아이를 가지면 미래가 어떻게 될지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홍콩 출신 여성 사진가 바네사 웡은 흑백 야간 사진과 스포츠 사진에 특화된 작가다. 그는 흑백사진을 통해 성별을 뛰어넘고자 한다. 그는 아이폰12 미니를 사용해 찍은 이번 작품에 대해 “내 작업은 흔히 색채를 통해 따뜻함, 분위기, 감정을 전달하는 전형적인 여성성으로부터 거리를 둔다”며 “성별을 초월해 밤의 생물이 된다. 최소한의 빛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고 이미지의 구성 요소들이 칠흑에 삼켜지도록 둠으로써 규범에 저항한다”고 전했다.
기자 출신의 이탈리아 사진가 마리나 스피로네티는 지난해 2월 코로나 봉쇄 직전 여성 시민들의 몸짓을 아이폰으로 담았다. 그는 이탈리아 사진 에이전시 에이돈 프레스의 영국 특파원으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는 이번 작품에 대해 “여전히 남아 있는 어려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평범함을 비범함으로 바꿔놓는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췄다”고 소개했다.
한편 애플은 앱스토어를 통해서도 3월 한 달간 여성을 조명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소개한다.
앱스토어 투데이 탭에서는 감정 기록 다이어리 ‘무다(MOODA)’ 창립자 김아름과 피트니스 앱 ‘사운드짐’ 창립자 이미림, 장보기 앱 ‘마켓컬리’ 창립자 김슬아 등 새로움에 도전하고 개척한 여성 창업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다뤘다.
게임 탭에서는 여성이 만든 게임인 ‘해리포터: 퍼즐과 마법’, ‘If Found…’와 여성 영웅들이 활약하는 ‘레이튼 미스터리 저니’, ‘포가튼 앤(Forgotton Anne)’ 등이 소개돼 있다.
음악 분야에서도 두드러진 활약상이 있다. 애플 뮤직은 여성 아티스트들을 조명했다. ‘둘러보기’ 탭에서는 여성의 날을 기념해 여성 아티스트들의 음악만을 소개하는 테이크오버를 진행한다.
여성 아티스트들이 직접 큐레이션 하는 플레이리스트 시리즈 ‘시대를 앞서가는 여성’은 세계적인 아티스트 카디 비(Cardi B), 로미(Romy), 사위티(Saweetie) 등과 블랙핑크 로제가 함께 참여한 독점 플레이리스트도 공개된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