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LH 직원 투기 의혹, 58억원 대출금 회수도 불가능

입력 2021-03-08 14:00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더라도 58억원에 이르는 대출금 회수는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책자금이 아닌 일반대출이기 때문에 현행법상 대출을 회수할 수 있는 명분이 없다.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기했을 가능성이 높은 토지를 환수하지도 못하는데다가 대출조차 제재하지 못하는 셈이다.

8일 농협에 따르면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에서 최초로 문제제기한 LH 직원 10여명의 대출 절차는 적법하다. 이들은 경기 시흥 과림동 일대 땅 2만3000㎡를 매입하며 북시흥농협에서 모두 58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았다. 농협 관계자는 “법원에서 소유권 이전을 받은 뒤 대출을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담보인정비율에 맞춰 대출을 시행했다”고 말했다.

농지를 활용해 대출을 받았지만 농업정책자금은 일체 받지 않았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영농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나랏돈을 받아갔을 경우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이번 사례는 해당되지 않는다. 정책자금이 아니다보니 소유권 등기 외에 별다른 서류를 제출하지도 않았다. 농협 관계자는 “일반담보대출의 경우 농지취득자격증명 등 다른 서류는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절차나 대출 성격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대출을 거둬들일 수는 없다는 설명도 덧붙었다. 설령 내부 정보를 활용한 행위였다고 하더라도 대출에 손댈 수 있는 방안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여론을 고려해 농협 측에서 임의로 대출을 회수하려 할 경우 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다. 민사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농협도 섣불리 움직이기 힘들다고 한다.

꼬인 실타래를 풀려면 정부의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일단 정부가 현행법상으로는 불가능한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기에 대해 환수 조치를 할 수 있어야 후속 조치가 가능하다. 담보로 잡힌 땅이 환수되는만큼 대출을 유지할 명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농협 관계자는 “정부에서 먼저 나서서 토지 환수 등의 조치가 취해져야 대출금도 회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