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가 쿠데타에 저항하는 시민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하며 유혈진압하는 가운데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측 고위급 인사가 긴급체포된 뒤 고문에 시달리다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시민 저항의 동력을 약화시키려는 군부의 폭압 수위가 더더욱 높아지는 모양새다.
7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는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소속인 킨 마웅 랏(58) 양곤 파베단구(區) 의장이 전날 밤 군경에 끌려간 뒤 고문으로 숨졌다고 긴급 타전했다. ‘미얀마 나우’도 전날 밤 군경이 양곤의 곳곳에서 섬광 수류탄을 쓰며 여러 집을 돌아다녔고, 사람들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미얀마정치범지원연합(AAPP)도 성명에서 전날 현재 1700명 이상이 체포됐다며 “군경이 주택가로 들어와 시위대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주택에 총격을 가하고 많은 기물을 파손했다”고 밝혔다. 군이 집까지 찾아와 NLD 인사를 찾지 못하자 동생을 거꾸로 매달고 고문했다는 SNS 증언까지 나왔다.
NLD 인사들을 향한 군경의 폭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 5일 중부 마궤 지역의 한 마을에서 군부 지원을 받는 통합단결발전당(USDP) 지지자들이 NLD 지역 대표와 가족, 친지 등 8명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당시 NLD 지역 대표와 17세 조카가 숨졌고, 친지 5명이 흉기에 찔리는 등 다쳤다고 미얀마 나우는 전했다.
군정이 NLD 인사들을 야간체포하고 고문하는 건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시위동력을 흐트러뜨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특히 9일부터 미얀마 9개 부문 노조 연합이 전국 총파업을 벌일 계획인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들 노조는 쿠데타 종식을 위해 미얀마 경제를 멈춰 군부에 타격을 주자고 촉구하고 있다.
군부는 연일 경고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들은 관영 매체인 ‘글로벌 뉴라이트 오브 미얀마’를 통해 “아이들의 미래를 망치지 않으려거든 시위에 연루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경고했다고 AFP는 전했다.
또 NLD 의원들이 군사정권을 인정하지 않고 결성한 ‘연방의회 대표 위원회(CRPH)’를 두고도 반역죄를 저지르고 있다며 사형 또는 징역 22년형을 받을 수 있다고 위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