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고찰’ 내장사 대웅전에 불을 질러 전소케 한 50대 승려가 뒤늦게 사죄했다. 방화 이유로는 재차 다른 스님들과의 불화설을 주장했지만, 내장사 측은 부인하고 있다.
7일 오후 전북 전주지법 정읍지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린 승려 A씨(54)는 “죄송하다”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는 ‘왜 불을 질렀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서운해서 우발적으로 그랬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주변 산으로 번지면 안 되니까 (신고했다)”라고 방화 사실을 스스로 신고한 이유를 덧붙였다.
앞서 전북소방본부와 경찰은 지난 5일 6시35분쯤 내장사 대웅전에 불이 났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소방은 2시간 40분여 만에 큰 불길을 잡았지만, 목조 건물 특성상 기둥마저 무너져 내리며 전소됐다. A씨는 스스로 방화 사실을 신고한 뒤 도주하지 않고 현장에 머물다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그는 대웅전에 인화 물질을 끼얹고 불을 지른 혐의(현주건조물방화)를 받고 있다.
A씨는 방화 이유로 줄곧 다른 스님들과의 불화를 들고 있다. 그는 체포 당시 경찰조사에서도 “사찰 관계자와 다툼이 있어서 홧김에 그랬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내장사 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대우 스님(75)은 이날 주지 스님 대신 취재진을 만나 “내장사 대웅전 방화와 관련해 일각에서 떠도는 이야기와 다르게 사찰 내 불화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승복을 입은 그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따뜻하게 맞이하고 있기 때문에 그분에게도 그렇게 대했다”고 덧붙였다. 방화 동기를 두고 진실 공방 양상으로 흐르는 모양새다.
한편 A씨에 대한 구속 여부는 이날 오후 늦게 결정될 전망이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