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간의 양자 대결로 펼쳐진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 비위 문제로 치러치는 이번 보궐선거의 초반 판세는 야당에 다소 유리한 듯 보였다. 하지만 여당이 ‘가덕도 신공항’과 ‘동남권 메가시티’와 같은 굵직한 토목사업 공약을 승부수로 던지고, 양자 대결 구도가 확정되면서 민심이 어떻게 달라질지 주목된다.
김 후보는 6일 경선에서 67.74%의 지지율을 얻어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뒤 가덕도 신공항의 속전속결 추진을 약속했다. 그는 “민주당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며 “가덕도 신공항은 단지 선거 공약이 아니다. 부산을 살리기 위한 저 김영춘과 민주당의 꿈”이라고 역설했다. 김 후보와 민주당은 2029년 가덕도 신공항 완성, 2030년 세계엑스포 유치, 부울경 메가시티의 완성을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당 차원의 대대적인 지원공세에 나섰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올해들어 네 차례 부산을 찾았고, 부산 연고 친목모임인 ‘부산갈매기’ 소속 현역 국회의원 50명도 7일 단체로 가덕도를 찾는 등 당력을 총결집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가덕도를 방문해 “가덕도에 신 관문 공항이 들어서면 명실상부한 세계적 물류 허브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힘을 실어준 바 있다.
이에 맞서는 박 후보는 가덕도 신공항의 경제적 완성을 이룰 적임자임을 적극 어필한다는 계획이다. 박 후보는 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가덕도 신공항은 정치 공항이 아닌 경제 공항이 돼야 한다”며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 불가역적인 사항이 된 만큼 이제는 어떻게 부산시민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것인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동남권 메가시티 관련해서는 “내년 출범할 부울경 광역자치단체 연합기구에서 부울경 전체의 비효율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은 가덕도 신공항과 관련, TK(대구·경북) 지역 의원들의 반발로 입장 정리가 말끔하게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부산 현장에서 회의를 열고 “가덕도 공항 건설을 적극 지지한다”는 당 차원의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TK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내부 갈등이 연일 표출됐고, 실제로 가덕도 특별법 표결 당시 반대한 국민의힘 의원 23명 중 16명이 TK 의원들이었다.
선거까지 남은 기간 동안 가덕도 신공항 추진이라는 여당의 승부수가 민심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지가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전면에 내세워 당력을 총 결집하면, 역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과거와 달리 여·야의 대규모 토목사업 공약이 지지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시민들의 의식이 선거용 공약에 휘둘리지 않을 만큼 성숙해졌다는 것이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달 2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 53.6%는 경제성 평가를 면제하는 특별법 통과에 대해 잘못된 일이라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의원은 “바닥 민심을 반영하지 못한 여론조사”라며 “부산시민들의 가덕도 신공항에 기대는 굉장히 크다”고 했다. 민주당은 과거 박 후보가 이명박정부 사회통합보좌관 시절 MBC 라디오에 나와 가덕도 신공항 설립을 잘못된 정책 방향이라고 비판했던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민주당 부산시당은 “잘못된 정책이라며 사업 백지화에 앞장섰던 사람이 상황이 바뀌자 입장이 돌변했다”며 박 후보를 비판하고 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일가가 가덕도 일대에 7만8300㎡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 문제가 민심에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된다. 이 문제를 폭로한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은 “오 전 시장이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주장한 이면에는 사익도 함께 노린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가덕도 땅 투기 진상조사단’을 구성하고 오 전 시장 일가의 가덕도 땅 소유 논란과 관련, 진상 규명에 나섰다.
반면 민주당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과 더불어 오 전 시장 문제가 불거지자 당혹스러운 눈치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오 전 시장 일가 문제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말을 아꼈다.
김동우 박재현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