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가 청년변호사 지원사업 통폐합 여부를 두고 내홍에 휩싸였다. 지난달 새로 출범한 새 변협 집행부가 이전 집행부의 역점 사업이었던 ‘청년변호사지원센터’(센터) 활동을 중단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내부 반발이 불거진 상황이다. 센터 측은 “사전 논의 없는 일방적 중단”이라며 반발하는 반면 변협 측은 “업무가 중복돼 통폐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7일 국민일보 취재에 따르면 변협은 지난 2일 상임이사회를 열고 기존에 운영하던 ‘청년변호사특별위원회’와 센터의 통폐합 여부를 논의했다. 변협은 격론 끝에 논의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8일 상임이사회 때 센터 폐지 안건을 다루기로 했다. 상임이사회에서 방침을 정하면 상위기구인 이사회를 거쳐 최종 결론을 낸다.
새 변협 집행부는 청년변호사지원 사업이 중복되고 실질적인 성과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협회장의 핵심 공약인 ‘변호사 직역수호’를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센터 측은 짧은 활동기간이나 업무 경과를 볼 때 성과가 없다는 지적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한다. 센터 관계자는 “청년변호사 지원이 아예 사라질까 우려된다. 적어도 대안을 마련한 상태에서 폐지 논의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센터는 기존의 청년변호사개업지원본부를 지난해 12월 28일 확대 개편한 조직이다. 지난달 1일 개소식을 하고 청년변호사 지원을 위한 가이드북 제작 등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1호 사업’인 가이드북은 검수를 마쳐 발간 직전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센터 측은 지난 2일 “직역수호 전념을 위해 센터 지원을 중단한다는 건 모순”이라며 항의 공문을 발송했다.
변협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변호사는 “애먼 청년변호사들만 손해를 입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변협 관계자는 “청년변호사 지원사업을 없애자는 게 아니라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 “아직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명확하게 정해진 건 없다”며 “그간의 활동 경과를 살피는 등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