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재판에서 피고인이 소송비용을 부담하도록 한 법 조항은 헌법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7일 피고인의 형사소송 비용 부담 의무를 명시한 형사소송법이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고 제기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186조 1항은 형 선고 때 피고인이 소송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헌재는 이 조항에 대해 “형사재판 절차에서 피고인의 불필요하고 무익한 방어 방법의 제출이나 정식재판 청구 또는 상소 남용을 방지하는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법원은 피고인 방어권 행사의 적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피고인에게 소송비용을 부담시킬지 여부 및 그 정도를 재량으로 정해 사법제도의 적절한 운영을 도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또 피고인이 부담하는 소송비용은 증인·감정인 관련 비용으로 제한되고, 법원이 피고인의 경제적 능력을 고려해 부담분을 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이런 점을 종합할 때 해당 조항은 형사소송에서 피고인의 소송비용 부담과 관련해 입법재량의 한계를 넘어서지 않았고, 헌법상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며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헌재 관계자는 “형사재판 절차에서 법원이 형의 선고를 하는 때에 피고인에게 소송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하도록 할 수 있다고 정한 형사소송법 조항에 대한 최초의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사기 혐의로 1심에서 벌금 700만원과 소송비용을 부담하라는 판결을 선고받은 A씨는 항소심 재판을 계속 받던 중 이 조항에 대해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