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회사자금 200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을 5일 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같은 날 SK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계속 이어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전준철)는 이날 최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사기, 자본시장법·금융실명법·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지난달 15일 최 회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17일 “피의사실과 같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최 회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최 회장은 SK네트웍스와 SK텔레시스 등을 경영하면서 거액의 회사자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최 회장이 개인 골프장 사업 추진, 가족·친인척 등에 대한 허위 급여 지급, 호텔 빌라 거주비, 개인 유상증자 대금 납부 등 명목으로 자신이 운영하던 6개 계열사에서 2235억원을 횡령·배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의 혐의 중 두드러진 대목은 골프장 운영업체 감곡개발에 대한 SK텔레시스의 155억원 무담보 대여 건(배임)이다. 감곡개발은 최 회장이 한때 90.9%를 소유했던 회사다. 최 회장은 SK텔레시스에서 자기자본의 5배에 이르는 운영자금을 지원 받았지만 골프장 사업에 성공하지 못했고, 2014년 지분을 처분하면서 손을 뗐다. SK텔레시스가 되돌려 받지 못한 차입금은 2017년 말 기준으로 160억여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최 회장은 2012년 9월 SK텔레시스 자금 164억원을 회계처리 없이 인출해 SK텔레시스에 대한 자신의 유상증자 대금으로 사용하는 등 횡령 혐의를 받고 있다. 2012년 10월에는 유상증자를 하면서 자신이 대금을 낸 것처럼 신성장동력 펀드를 속여 SK텔레시스가 발행한 275억원 상당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하도록 사기 범행을 저지른 혐의(사기·자본시장법 위반)도 적용됐다. SK네트웍스 등 6개 회사에 자신의 가족과 친인척을 직원으로 허위 등재해 2003년 3월~2020년 11월 232억원 상당의 급여를 지급하게 한 혐의(횡령) 등도 존재한다.
검찰은 같은 날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의 SK그룹 지주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최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하는 데 SK그룹이 연관돼 있는지 살펴보기 위한 차원으로 전해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날 압수수색 대상이 아니었고, 압수수색 영장에 피의자로 적시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기소된 피고인의 나머지 일부 혐의 및 관련자들에 대해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신원 회장은 창업주인 최종건 선경그룹 회장의 차남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 형이다. 최종건 회장이 1973년 작고한 뒤 동생인 최종현 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했다. 최태원 회장은 최종현 회장의 장남이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