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개발구호기구 월드비전(회장 조명환)은 4일 코로나19 팬데믹 1주년을 맞아 ‘코로나19와 아동·청소년 불평등 정책포럼’을 개최했다. 국내외 가장 취약한 아동들에게 코로나19가 미친 영향을 돌아보고 심화된 아동·청소년 불평등 현안과 해결책을 논의한 자리였다. 포럼은 월드비전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생중계로 진행됐다.
영국 퀸즈대 벨파스트 아동권리센터 공동책임자 브로나 번 교수는 ‘코로나19와 아동 불평등’을 주제로 기조 발제를 했다. 번 교수는 지난 8개월 동안 137개국 8~17세 아동 2만6258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의 영향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그는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응답한 아동도 일부 있으나 다수 아동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부정적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가정의 경제적 상황에 대해 41%가 ‘이전보다 나빠졌다’고 답했다. 54%는 ‘이전과 같다’, 5%는 ‘이전보다 나아졌다’고 답했다.
아이들은 이전보다 가정의 생계가 어려워졌음을 알고 있었다. 볼리비아의 9세 여아는 “부모가 직장을 잃어 가족에게 필요한 음식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인도의 13세 여아는 “저는 다시 학교가 열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래야 일하러 가지 않는다”고 했다.
코로나19는 기존의 취약 아동에 더욱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이후 식량부족 경험에 대해 전체 아동 중 이주 아동 38%, 난민신청 아동 40%가 식량부족을 겪었다고 답했다.
번 교수는 “가장 취약한 아동을 포함한 모든 아동이 이용할 수 있는 아동 친화적이고 보편적 서비스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며 “해결책 마련에 있어 아동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아동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제월드비전 분쟁취약국의 애슐리 러벳 정책 선임고문은 ‘코로나19와 해외 취약아동’을 주제로 발표했다. 러벳 선임고문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바이러스 전파 차단을 위해 194개국의 학교가 봉쇄 및 휴교를 결정했다”며 “16억명 이상 학생들의 학습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휴교로 아이들은 배움과 발달의 기회를 잃었을 뿐 아니라 낮 동안 안전히 보호받을 공간을 박탈당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세계식량기구는 휴교 규모가 절정에 이른 시기 3억7000만여명의 아동이 결식을 경험했다”며 “아동이 학교에 다니지 않으면 조혼, 임신, 아동노동 등 더 취약한 상황에 놓이고 폭력 착취 학대 등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월드비전이 지난해 5~7월 아시아 9개국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의 결과, 8500만 가구가 식량 부족의 고통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1억1000만여명의 아동이 굶주림에 시달렸고 800만여명의 아동이 강제노동, 구걸 등의 폭력에 노출됐다. 특히 여자 청소년들은 가족의 압력과 잘못된 성 규범, 가정 경제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조혼에 내몰렸다.
러벳 선임고문은 “코로나19 백신, 진단키트, 치료제에 대한 접근이 이를 필요로 하는 모든 아동과 성인들에게 보장되지 않으면 경제 회복도 어렵고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월드비전은 모든 국가와 국제사회가 세계보건기구의 공평한 배분 지침에 따라 백신을 공급해달라”고 촉구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아동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제언도 내놓았다. 러벳 선임고문은 “모든 아동에게 기초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해야 하며 아동의 정신건강을 지원하고 아동학대, 성폭력 및 방임을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격차 해소를 포함해 모든 아동의 학습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분쟁과 재난 상황 등에 처한 아동과 가족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노력이 증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시고정형 청소년쉼터의 장미희 소장은 “코로나19로 수용할 수 있는 인원 제한이 생기면서 아이들이 갈 곳이 없어졌다”며 “막상 쉼터에 들어와도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 때문에 다양한 자립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가정 밖 청소년들의 상황 개선을 위해선 적극적 현황 조사를 통해 더욱 유연하고 선제적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서구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코로나19 대응이 경제 및 성인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에 초점이 맞춰져 취약계층 아동의 위기 상황을 심화시켰다”며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규모와 대상 범위를 고려할 때 아동, 청소년들의 실질적 필요와 기대를 포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명환 월드비전 회장은 “코로나19로 위기에 놓인 아동·청소년들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 지원이 마련되길 바란다”며 “월드비전도 사회의 다양한 주체들과 지속적으로 협력해 아이들의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