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이 아닌 왕실 구성원들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백신을 맞은 사실이 드러나 반발이 일고 있다.
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스페인 국왕 펠리페 6세(53)의 누나 엘레나(57) 공주와 크리스티나(55) 공주는 최근 UAE 아부다비에 가서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고 인정했다. 두 공주는 70세 이상 고령자들이 우선 접종 대상인 스페인에서는 연령상 접종 받을 차례가 아니지만 해외에서 먼저 백신을 맞은 것이다.
우선 접종 대상이 아닌 왕실 구성원이 몰래 해외에서 백신을 맞았다는 점에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레네 몬테로 스페인 양성평등부 장관은 “공주들의 백신 접종은 왕가에 대한 존경심을 떨어트렸다”면서 “이것은 특혜이자 특권”이라고 두 공주의 행동을 비판했다. 요란다 디아즈 스페인 노동부 장관은 이 문제에 대해 “매우 불쾌하고 추하다”면서 “국민의 대표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엘레나 공주는 아버지인 후안 카를로스 1세 전 국왕이 머무는 아부다비 방문을 계기로 백신 접종을 권고받았다고 해명했다. 부친을 정기적으로 만나러 가기 위해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동의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부친을 보러 가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면 스페인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이 될 때까지 기다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4년 아들에게 국왕 자리를 물려주고 나서 뇌물수수 등 각종 추문에 휘말려 스페인을 떠난 후안 카를로스는 지난해 8월부터 UAE에서 지내고 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고속철도 사업을 스페인 국영철도회사 컨소시엄이 수주한 것과 관련해 사우디 왕가로부터 1억 달러가량의 사례금을 챙겼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가 개시되자 해외로 도피했다.
크리스티나 공주 부부도 2014년 탈세로 정식 공주 작위를 박탈당했다.
김아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