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은 4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전격적인 사의 표명을 놓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윤 총장의 사퇴가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보수층 결집이나 정권 심판론의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동시에 “정권의 폭주를 막을 마지막 브레이크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정권 관련 의혹 수사가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윤 총장의 향후 정치 행보가 기정사실화됐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일각에선 보수야당을 아우르는 새로운 정치 세력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자기들이 임명하고, 얼마 전에도 ‘문재인정부 검찰총장’이라고 얘기해놓은 사람 하나 포용을 못했다는 것은 정권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윤 총장이 이제 더 이상 싸울 힘이 없음을 밝히면서 사퇴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법을 만들고 집요하게 압박하는 (여권의) 기획 축출”이라고 말했다. 여권의 검찰 때리기와 윤 총장에 대한 고사작전이 검찰총장 사퇴 파동으로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야당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 간 갈등 국면 이후로 가라앉은 비판 여론이 다시 불붙일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내비치고 있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윤 총장은 헌법 파괴와 법치 말살에 반발하고 쫓겨난 것”이라며 “그것은 결국 반문(반문재인)이라는 대의명분 하에 모이는 명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윤 총장이 정권의 헌법 파괴를 말하면서 물러났기 때문에 야권에는 상당히 도움이 되는 정권 심판 구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다만 국민의힘 내부에선 정부·여당의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의 완전 박탈) 추진을 비롯한 검찰개혁을 저지할 방파제가 무너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과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등 정권 관련 수사가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상당하다. 김기현 의원은 “윤 총장이 살아있는 권력의 압박과 무시, 힐난에도 꿋꿋이 자리를 지킨 덕분에 실낱같이 유지돼온 헌법 정신이 이제 속절 없이 무너질 위기”라고 말했다. 윤희석 대변인도 “정권의 썩은 부위를 도려낼 수술용 메스가 없어지는 격”이라며 “대한민국의 상식과 정의가 무너진 것을 확인한 참담한 날”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을 향한 기성 정치권의 러브콜도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시간이 가면 (윤 총장을) 한 번 만나볼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제 온 국민이 나서서 불의와 싸울 때”라며 “헌법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려는 윤 총장의 앞날을 국민과 함께 응원하겠다”고 했다.
두 자릿수 지지율을 얻는 차기 대선주자가 없는 야권에선 윤 총장이 차기 대권 구도를 흔들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는 관측도 뒤따른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윤 총장의 대권 도전 여부는 결국 이 정권이 얼마나 형사사법시스템을 무너뜨리고 권력 수사를 막는 행태를 보일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경택 김동우 이상헌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