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사상 첫 강습회 열고 시·군·당 간부들 훈시

입력 2021-03-04 13:46
조선중앙통신은 4일 "제1차 시·군 당책임비서 강습회가 3월 3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회의실에서 열렸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상 첫 시·군·당 책임비서 강습회를 열고 지역균형발전을 주문했다. 평양 이외 지역의 발전 없이는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천명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완수는 어렵다는 판단 아래 ‘군기잡기’에 나섰다는 평가다. 북한은 또 금강산 관광지구 개발이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동해안지구 국토건설총계획’을 채택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3일 김 위원장 참석하에 제1차 시·군·당 책임비서 강습회가 열렸다고 4일 보도했다. 당 창건 이래 시·군·당 책임비서 강습회(우리 기초단체장 회의)가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조선중앙통신은 4일 "제1차 시·군 당책임비서 강습회가 3월 3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회의실에서 열렸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개강사에서 “사회주의 건설의 전 전선을 새로운 발전단계로 이행시키며 전국의 균형적 동시 발전을 촉진하는 데서 시·군·당 사업을 혁신하는 게 갖는 의의를 특별히 중시한다”며 “시·군·당 책임비서들이 혁명적인 정치의식을 갖고 사업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켜야 당 대회 결정을 철저히 관철하고 우리 식 사회주의가 급속히 전진 발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이번에는 반드시 완수해야 한다는 생각에 시·군·당 책임비서들에 대한 기강 잡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성공 여부는 결국 일선의 시·군·당 책임비서들에게 달려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기강을 잡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6년 내세웠던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실패로 주민들 앞에서 체면을 구긴 상황을 되풀이 할 수 없다는 위기감도 반영됐다는 평가다.

최근 8차 당 대회에서 권력서열 3위로 급부상한 조용원 당 조직비서가 김 위원장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강습회 참석자들을 비판하며 군기를 잡았다. 조 비서는 일부 시·군 당 위원회 사업에서 당 내부 사업을 홀시하고, 행정 경제 사업 관련 당적·정책적 지도를 바로 하지 않는 결함이 나타났고 지적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조 비서를 처음으로 ‘조직비서’로 호명하며 그가 당 내부 기강 문제를 책임지고 있다는 사실을 공식화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또 “강습회는 계속된다”며 한 차례 이상 회의가 더 열린다는 사실을 알렸다.

북한은 강습회가 열린 같은 날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13차 전원회의를 열고 회사회보험·사회보장법, 수입물자소독법의 채택 및 2021년 인민경제발전계획, 동해안지구 국토건설총계획 승인에 관한 문제를 상정해 의결했다. 코로나19 사태로 1년 넘게 걸어 잠근 북·중 국경을 다시 열고, 동해안 지역을 개발해 경제난을 해소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동해안지구 국토건설총계획에는 금강산 관광지구 개발 방안이 담겼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은 지난해부터 금강산 관광지구에 대한 ‘우리 식’ 개발을 강조하고 있다”며 “이와 관련된 내용이 이번 계획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해 1월을 마지막으로 금강산 관광지구 내 우리 시설 철거 관련 남북 당국 간 논의는 없다는 게 통일부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2019년 10월 금강산을 방문해 “보기만 해도 기분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과 합의해 싹 들어내라”고 지시했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