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가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대에 무차별 총격을 가해 지난 3일 하루에만 38명이 숨진 가운데 군경이 저격수를 동원해 조준사격을 했다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4일 로이터통신과 미얀마 나우·이라와디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전날 미얀마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 시위에 나선 19세 소녀 치알 신(에인절)은 머리에 총을 맞고 숨졌다. 에인절뿐만 아니라 찻집 안에서 시위 상황을 지켜보던 한 대학생도, 다친 여성 시위자를 구하려던 20세 음식 배달앱 직원도 머리에 총을 맞고 숨졌다는 글과 사진들이 SNS에 공유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8일에도 만달레이에서 한 여성이 머리에 총을 맞고 그 자리에서 숨졌다.
로이터는 에인절처럼 전날 십여명 이상의 시위대가 머리에 총을 맞고 사망했다며 이들이 군경에 의해 조준 사격을 당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SNS에는 미얀마 군경이 높은 건물 혹은 철탑으로 추정되는 장소에서 한 손에는 저격용 소총, 한 손에는 쌍안경을 들고 시위대를 감시하는 모습이 공유되고 있다. 100여 차례 기관총 난사가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도로 한복판에서 거치대에 소총을 놓고 엎드려쏴 자세를 취한 군인도 포착됐다.
앞서 한 미얀마어 프리랜서 번역가도 전날 국민일보에 관련 사진과 함께 “군경이 3일 중부 몽유아 지역에서 사전 경고 없이 최루탄과 연막탄을 발사한 뒤 바로 실탄 사격을 가했다. 머리와 가슴에 총상을 입은 시위대 3명이 현장에서 즉사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군부는 저격수를 동원한 시위대 살상 의혹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 군부는 지난 1일 국영 MRTV를 통해서만 “시위대 해산과 관련해 군경은 실탄을 사용하지 말라는 지침을 받았다”면서도 “군경은 시위대가 생명에 위해를 가할 경우, 시위대 허리 아래로 사격함으로써 자신을 보호할 수 있도록 허용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크리스틴 슈래너 버기너 유엔 미얀마 특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쿠데타 발발 이후 가장 많은 38명이 숨졌다. 오늘(3일)은 2월 1일 쿠데타 발생 이후 가장 많은 피를 흘린 날”이라며 “이제 쿠데타 이후 총 사망자가 50명을 넘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18명이 숨진 ‘피의 일요일’보다 2배 많은 수로 국제사회의 방관 속에 최악의 유혈 참사가 또 일어난 것이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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