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춤 사랑한 19세 미얀마 소녀, 군 총탄에 스러져

입력 2021-03-04 09:55 수정 2021-03-04 11:00
연합뉴스, 페이스북 캡처

미얀마에서 군경이 시위대를 향해 또다시 무차별 총격을 가해 유혈사태가 또 발생한 가운데 군경의 총을 맞고 사망한 19세 여성이 입었던 티셔츠 문구가 SNS를 중심으로 퍼지면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에인절(Angel)’ 또는 ‘치알 신(Kyal Sin)’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여성의 사연을 보도했다.

에인절은 전날 미얀마 제2도시인 만달레이에서 열린 쿠데타 반대 시위에 참가하기 위해 거리에 나갔다가 머리에 총탄을 맞고 숨졌다.

에인절과 함께 시위에 나갔다는 미얏 뚜는 로이터에 “경찰이 총을 쏘기 시작했을 때 에인절은 ‘총알에 맞을 수 있으니 앉으라’고 말했다”며 “다른 사람들을 챙기고 보호해줬던 친구였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시위대가 평화적으로 모여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경찰이 최루탄에 이어 총격을 가하자 시위대가 흩어졌고, 나중에 ‘한 소녀가 사망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한다.

미얏 뚜는 “그 소녀가 에인절인지는 몰랐다”면서 하지만 페이스북에서 에인절이 다른 희생자와 함께 숨진 채 누워 있는 사진을 보고 알게 됐다고 말했다.

3일(현지시간) 오전 미얀마 군사 쿠데타 반대 시위에 나선 19세 에인절의 모습과 그의 목에 걸려 있던 혈액형과 ‘죽으면 장기를 기증해달라’고 적힌 목걸이. SNS 캡처

숨진 에인절이 입었던 검은색 티셔츠에는 하얀 글씨로 ‘모든 것이 다 잘될거야’(Everything will be OK)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시위대는 이 문구를 찍어 SNS에 올렸고 사람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졌다.

아이들의 태권도 선생이자 댄서였던 에인절은 시위에 나서기 전 죽음까지 각오한 듯 페이스북에 자신의 혈액 정보와 연락처, 시신 기증 요청서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