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에 제가 저도 모르게 저지른 잘못 때문에 저 자신도 제 발등에 찍힌 세상을 내려다보는 심정으로 지냈습니다.”
표절 파문 이후 6년 만에 신작 장편을 출간한 소설가 신경숙이 “과거의 제 흠과 불찰을 뉘우치고 앞으로 제 작품을 써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신 작가는 3일 장편소설 ‘아버지에게 갔었어’(창비)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다시 한번 제 부주의함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 작가는 2015년 6월 그의 단편 ‘전설’이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과 비슷하다는 표절 의혹이 제기되어 활동을 중단했다. 그의 대표작 ‘엄마를 부탁해’가 밀리언 셀러에 올라 신 작가는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위치에 있었지만 표절 논란으로 대중들의 신뢰를 잃게 되었다.
신 작가는 당시 지면을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으나 논란이 제기된 이후 공식석상에서 사과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19로 온라인에서 진행한 간담회에서 신경숙은 “독자분들을 생각하면 낭떠러지 앞에 서 있는 거 같기도 하고 가슴이 미어졌다”고 사과의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의도적 표절에 대해서는 선을 그으면서도 “작가니까 작품을 쓰는 일로 나갈 수밖에 없다”며 작품 활동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문학이란 게 제 삶의 알리바이 같은 것이어서 하고 안 하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면서 “10년 후에 누군가 넌 뭘 했느냐고 하면 글을 썼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될 것이고, 20년 후에도 글을 썼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신경숙의 신작은 단행본으로는 8년 만이고 장편으로는 11년 만이다. 41개국에 번역되어 출판되며 대성공을 거둔 ‘엄마를 부탁해’에서 ‘어머니 이야기’를 담았던 작가는 이번엔 ‘아버지 이야기’를 들고 나왔다.
신작 ‘아버지에게 갔었어’는 엄마가 입원하고 집에 홀로 남게 된 아버지를 돌보러 가며 진행되는 이야기이다. 소설은 아버지가 지나온 삶으로 들어가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견뎌내고 묵묵히 산 아버지의 모습을 그려낸다.
신 작가는 “이 세상에 아무 이름 없이 살아가는 아버지들에게 바치는 헌사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끝으로 “오랜만에 서로 들여다보면서 이야기 나눌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시절이 그걸 가로막는 것 같다. 저는 새 작품을 쓰고 또 쓸 것이기에 또 다른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노동자의 하루와 그에 얽힌 죽음의 문제를 다음 작품으로 쓰려고 한다”는 다음 계획도 밝혔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