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일 문재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과 마주할 의지가 있음을 재차 강조한 데 대해 일본이 대화에 응할 것을 촉구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취임 후 처음으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를 만날 예정이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과거사 문제) 해결책 논의를 위해서는 대화를 해야 한다”며 “앞으로 한·일 간의 정상적인 외교적 소통은 이제 일본의 몫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 기념사에 대해) 일본 내 분위기상 당장 호응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어려운 과거사 현안과 관련해 역지사지 정신으로 대화 의지를 밝힌 부분도 주목해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기념사에서 “우리 정부는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준비가 돼 있다”면서 한·일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지만, 일본 정부는 과거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다른 분야 협력도 쉽지 않다는 기조다. 지난달 9일 취임한 정 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 간 통화조차 이뤄지지 않는 등 고위급 소통도 원활하지 않은 분위기다.
현재 일본 내에선 강제징용보다 지난 1월 판결로 불거진 위안부 문제를 더 신경 쓰는 것으로 외교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당면한 위안부 판결 문제와 관련해 어느 정도 돌파구가 마련돼야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논의도 가능할 것으로 외교부는 내다봤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정 장관은 3일 오후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를 만나기로 했다. 이 할머니는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일본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할 것을 요구했고, 정 장관이 할머니의 의견을 청취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외교부 당국자는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이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갈팡질팡 중심을 잡지 못하는 문(재인) 정부의 대일외교에 대해 정신분열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비난한 것과 관련해 “한·일 관계의 난해함을 몸소 체험했을 전직 고위 외교관 출신 인사들이 비판적 메시지를 발신하고 계신 데 대해 더욱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박근혜 정부에서 외교부 1차관을 지냈으며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국가안보실 1차장이었다.
이 당국자는 또 정부가 미국을 의식해 대일 정책 기조를 바꿨다는 지적에 대해 “한·일 관계는 그 자체로 중요하다. (조) 바이든 새 (미국) 행정부가 출범해서 우리가 한·일 관계를 서두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