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스마트폰 플랫폼으로 주목받던, 디스플레이를 말았다 펼치는 형태의 롤러블폰의 출시가 불투명해졌다. 반면 디스플레이를 접었다 펴는 폴더블폰은 뛰어드는 업체가 늘어나면서 주류로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폴더블폰 대중화를 위해 소비자 점점 확대에 나섰다. 미국에서는 갤럭시 Z폴드2와 Z플립 5G 구매 고객이 100일 이내에 환불할 수 있는 ‘바이 앤 트라이(Buy and try)’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폴더블폰이 자신에게 맞는지 체험해볼 수 있도록 구매 문턱을 낮춘 것이다.
한국에서는 다음 달 30일까지 Z폴드2와 Z플립 5G를 3일간 빌려서 써볼 수 있는 ‘갤럭시 투 고 서비스’를 실시한다. 신제품 출시에 맞춰 투 고 서비스를 한 적은 있지만 출시 반 년이상 지난 제품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하반기 Z폴드 등 폴더블폰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실제 체험을 통해 폴더블폰을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폴더블폰 시장에 공을 들이는 건 삼성전자뿐이 아니다. 미국의 제재로 사실상 스마트폰 사업 퇴출 위기에 몰린 화웨이는 최근 폴더블폰 ‘메이트 X2’를 공개했다. Z폴드2처럼 인폴딩(화면을 안쪽으로 접는 것) 방식이다.
메이트 X2에는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칩셋 ‘기린9000’이 탑재됐다. 미국의 제재로 지난해 9월 이후 생산이 중단된 칩셋이다. 남은 재고로만 메이트 X2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화웨이가 메이트 X2를 공개한 건 스마트폰 사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미래의 승부처가 될지도 모르는 폴더블폰은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애플도 폴더블폰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는 소문이 꾸준하다. 애플 소식에 정통한 궈밍치 TF인터내셔널증권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2023년 폴더블폰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그는 애플 폴더블폰이 “아직 공식적으로 시작되지 않았다”면서도 Z폴드처럼 펼치면 태블릿PC 크기의 화면을 갖춘 형태의 제품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은 폴더블 디스플레이 개발을 위해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과 협력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LG전자가 올해 초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공개한 롤러블폰은 출시 자체가 불투명하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미래가 시계제로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LG 롤러블폰의 디스플레이를 담당하기로 했던 중국 BOE는 현재 LG전자와 협력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이어가기로 결정하더라도 롤러블폰 출시는 장담하기 어렵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폼팩터는 기술과시용이라 수익성은 담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현재로선 LG전자가 롤러블폰을 양산까지 끌고 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업체들도 롤러블폰 진출이 함께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LG전자가 시장에 롤러블폰을 내놓으면 기술적 문제, 소비자 반응 등을 살펴보고 진입 시기를 저울질 하려 했던 다른 업체들로선 ‘가이드 라인’이 사라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