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야당 반대로 국회 본회의에 오르지 못한 가운데 환자단체가 법안에 제동을 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날을 세웠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2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령수술·성범죄·살인죄 등 중대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고 일정 기간 재교부를 금지한 의료법 개정안을 전체회의에 계류시킨 법사위를 규탄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연합회는 “개정안은 상임위(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여야가 합의해 통과시킨 것”이라며 “중대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는 법안이 법사위 전체회의에 계류됐다는 소식에 당혹감을 넘어 배신감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법사위는 3월 임시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상임위를 통과한 중대범죄 의료인 면허 취소에 관한 법을 원안대로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26일 전체 회의를 열고 의료법 개정안 처리를 시도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추가 논의를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법안은 지난 19일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에서는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 당시 야당도 적극적인 반대 입장은 아니었던 터라 법사위에 이은 본회의 처리도 무난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중론이었다.
하지만 ‘총파업론’을 재차 들고나온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반발이 커지자 야당 내 분위기가 반전됐다. 결국 야당은 ‘과잉금지의 원칙’ 등을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의료법 개정안은 의사뿐 아니라 간호사와 한의사 등에도 적용되고, 의료행위 도중 일어난 업무상 과실치사·상의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면허가 취소되지 않는다. 게다가 의료인 면허가 영구히 취소되는 것도 아니다. 실형은 형 집행 종료 후 5년, 집행유예는 기간 만료 뒤 2년까지 면허 재교부가 금지된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면허를 다시 발급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지난달 27일 의료법 반대에 나선 국민의힘을 향해 “변호사, 변리사 공인회계사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아파트 동대표도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자격이 박탈되는 마당에, 국가공무원에도 적용되는 기준을 의사에 적용한 것이 ‘과잉처벌’이고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리를 댄다”며 “합의를 파기하고 돌연 의협 주장을 그대로 대변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맹공을 퍼부은 바 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