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조사 않고 많은 재산세 부과했다면 무효”… 뒤집힌 판결

입력 2021-03-02 15:40

분리 과세해야 할 목장용지에 높은 세율을 적용해 재산세를 잘못 부과했다면 무효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과세당국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무효로 보긴 어렵다는 1심을 뒤집은 판결이다.

서울고법 민사16부(부장판사 차문호)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제주시와 국가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1심을 깨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한화는 제주 애월읍의 목장 용지에 2013년 1월부터 말을 키워왔다. 현행법상 목장 용지는 분리과세대상 토지로, 지방세와 지방교육세를 부과할 때 세율 0.07%를 적용해야 한다.

하지만 제주시는 이 토지를 종합합산과세대상 및 별도합산과세대상으로 보고 재산세와 지방교육세를 부과했다. 종합합산과 별도합산 과세대상 토지에는 각각 0.5%, 0.4%의 세율이 적용돼 분리과세 대상인 토지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 과세당국도 기존 과세자료를 토대로 이 토지가 합산과세대상이라고 보고 종합부동산세 등을 부과했다. 원래 분리과세 대상인 토지는 종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한화 측은 해당 토지가 2013년부터 실제 목장으로 사용됐는데도 제주시와 과세당국이 잘못된 세율을 적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종부세 부과 대상이 아닌 토지에 세금을 걷는 등 과세 처분에 명백하고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세목을 잘못 적용한 하자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처분을 당연 무효로 할 만큼 하자가 명백하다고 볼 수는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담당 공무원이 현장조사를 한 번만 했으면 목장 용도로 사용 중인 토지임을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토지가 실제 목장으로 사용되고 있음에도 귀속연도에 토지 현황 조사를 전혀 하지 않은 채 이전 과세자료에만 의존해 과세처분을 했다”며 과세처분을 무효로 봐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