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경이 쿠데타에 저항하는 시위대에 무차별 총격을 가해 지난달 28일에만 최소 18명이 숨진 가운데 군부가 19개국 외교 공관 직원 100여명을 소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초 모 툰 주유엔 대사가 군부에 공식적으로 반기를 들자 꺼내든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1일(현지시간) 현지매체 이라와디는 이날 유출된 문서를 인용해 군부가 전날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영국, 일본, 프랑스, 호주 등 19개국에서 외교공관 직원 최소 100명을 소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들을 소환해 공석이 된 자리에는 외교부 직원 50여명을 전보 조처하라는 지시도 문서에 나타나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번 조치는 초 모 툰 대사가 지난달 26일 유엔 총회에서 자신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이끄는 문민정부를 대표한다며 쿠데타의 즉각적인 종식과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한 ‘사건’ 이후 이뤄졌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앞서 초 모 툰 대사는 사실상 쿠데타 이후 군부에 반기를 든 첫 고위공직자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그는 미얀마 시민들 사이에서 ‘영웅’ 칭호를 받았고, 국제사회에서도 찬사가 이어졌다. 하지만 연설 다음날 군부는 그에게 ‘대반역죄’를 씌워 대사직에서 내쫓았다.
주미 미얀마 대사관의 한 직원은 이라와디에 “초 모 툰 대사의 행동은 해외에 있는 외교부 직원들에게 시민불복종 운동(CDM)에 참여하라고 공개적으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미 대사관 직원 일부도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아래에서 일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쿠데타를 받아들이기를 꺼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