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홍명보 감독 데뷔전서 이영표 대표의 강원에 5골 ‘폭격’

입력 2021-03-01 16:04 수정 2021-03-01 16:19
기뻐하는 홍명보 울산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홍명보(52) 울산 현대 신임 감독의 ‘완벽한’ 프로축구 K리그1 데뷔전이었다.

울산은 1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1라운드 개막전 홈경기에서 강원 FC에 5대 0 완승을 거뒀다. 김인성(2골), 윤빛가람, 이동준, 김기희(이상 1골) 등 무려 4명이 골 맛을 봤다.

이날 경기는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인공 간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홍 감독은 당시 주장 겸 리베로로, 이영표(44) 강원 신임 대표이사는 왼쪽 측면 미드필더·윙백으로 활약하며 온 국민에 환희를 안겼다. 이후 연령별 국가대표팀과 대한축구협회에서 지도자·행정가를 두루 경험한 홍 감독은 울산에서 새 도전에 나섰다. 해설위원을 역임하던 이 대표도 이번에 처음 구단 행정가로서 K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비시즌 동안 양 구단은 단단한 준비를 했다. K리그 준우승만 9차례 차지한 울산은 2005년 이후 16년 만의 우승 달성을 위해 홍 감독의 ‘미드필더진을 활용한 아기자기하고 역동적인 축구’를 뒷받침할 만한 선수들을 다수 영입했다. 이동준, 김지현, 힌터제어 등 새 얼굴이 울산 유니폼을 입었다. 이 대표도 수준급 선수 영입에 족족 성공하며 김병수 감독을 든든히 지원했다. 김대원, 윤석영, 마사, 아슐마토프, 실라지 등을 영입한 강원은 K리그1 이적 시장을 주도했단 평가를 받았다.

뚜껑을 열자 지난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우승팀 울산이 더 빠르고 강한 모습을 보였다. 기존 김인성에 이동준까지 가세한 측면 공격의 스피드와 파괴력이 강원 수비를 뒤흔들었다. 지난 시즌 주니오가 걸출한 득점력으로 빛을 발했다면, 강원에서 영입된 김지현은 최전방부터 3선까지 많이 뛰며 끊임없이 상대에 압박을 가하는 이타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기뻐하는 윤빛가람(맨 앞). 뒤쪽으로 순서대로 강윤구, 이동준, 김지현의 모습.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 과정에서 선제골이 나왔다. 전반 27분 돌파하던 김지현이 페널티박스 바로 앞에서 얻어낸 프리킥을 ACL 최우수선수(MVP) 윤빛가람이 환상적인 프리킥으로 마무리했다.

후반 4분 이동준의 빠른 돌파를 가로막은 강원 주장 임채민이 비디오판독(VAR) 끝에 퇴장 당하면서 승부의 무게 추는 완전히 울산 쪽으로 기울었다. 김기희는 후반 8분 퇴장 이후 이어진 프리킥 때 우 측면으로 흘러나온 볼을 낮고 빠른 슈팅으로 연결해 추가골을 넣었다.

파죽지세였다. 울산은 후반 11분 김인성의 스루패스를 연결 받은 이동준이 칩 샷으로 쐐기골을 넣었고, 후반 18분과 25분엔 김인성이 멀티골을 폭발시키며 5골차 대승을 완성했다.

레전드들의 데뷔전에선 희비가 엇갈렸지만, 이날 그라운드엔 한일월드컵이 열린 해에 태어난 2002년생 강윤구(울산)가 활약하며 격세지감을 느끼게 했다. 중계석엔 배성재 아나운서가 프리 선언을 한 뒤 첫 행보로 국가대표 경기 등을 함께 중계해온 박문성 해설위원과 호흡을 맞춰 입담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