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개입” vs “박정희 아냐”…문 대통령 부산행 논란

입력 2021-02-26 06:57 수정 2021-02-26 07:53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신항 다목적 부두에 위치한 해양대학교 실습선 선상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40여일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과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를 방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한국판 뉴딜의 핵심인 지역균형 뉴딜, 즉 주요 국정과제를 챙기기 위한 현장 방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야권에서 4월 부산시장 보궐 선거를 의식한 행보라며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야당의 이같은 공세에 여권도 반격에 나섰다. 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이미 오래전부터 기획된 것으로 이번 선거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라고 맞섰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문재인은 박정희가 아니다”라고 맞받아쳤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신항 다목적부두에 위치한 해양대학교 실습선 한나라호에 마련된 보고회장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 참석해 김경수 경상남도지사로부터 경제공동체 구축방안 보고를 받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신항 다목적부두에 위치한 해양대학교 실습선 선상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를 끝낸 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 참석, 어업지도선에 승선해 선장으로 부터 운항관련 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 참석, 부산신항 한나라호에서 김경수 경상남도지사로부터 동북아 스마트 물류 플랫폼 구축 등 경제공동체 방안을 포함한 '동남권 메가시티 비전' 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신항 다목적 부두에 위치한 해양대학교 실습선 한나라호 선상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과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 참석, 가덕도 공항 예정지를 어업지도선을 타고 선상 시찰하며 이병진 부산시장 권한대행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청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25일 당·정·청 주요 인사들과 함께 부산 부전역을 시작으로 동남권 신공항 예상 부지인 가덕도의 인근 해상, 부산신항을 차례로 방문해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전략을 보고받았다. 동남권 메가시티는 부산·울산·경남이 공동 생활권과 경제권을 구축해 상생발전을 도모하는 전략으로, 지역균형 뉴딜의 선도적 사례로 꼽힌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일에도 전남 신안군 해상풍력단지 투자 협약식에 참석하는 등 지역균형 뉴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날 부산 방문에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문성혁 해양수산·전해철 행정 안전·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동행했다. 문 대통령은 어업지도선에 올라 가덕도를 둘러보며 신공항 추진 상황을 보고받았다.

야당 “선거개입…탄핵감”

국민의힘 등 야권은 부산의 민심 이반으로 다급해진 여권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논란까지 불사하며 관건선거에 나섰다고 맹비난했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부산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이 오차범위 밖에서 야당에 뒤지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여야 단일후보 간 가상대결이긴 하지만 서울시장 선거도 초박빙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서울·부산시장 선거에서 승리해 국정 동력을 임기 말까지 유지하려는 여권으로선 그야말로 초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여당은 야권은 물론이고 관계부처의 우려에도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가덕도 신공항 건설 효과를 극대화해 열세를 극복하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대통령의 노골적 선거 개입은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는 점을 잊지 말기 바란다”며 “선거법 위반 혐의 검토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당사자로 재판받는 송철호 울산시장과 드루킹 대선 여론조작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지사도 일정에 들어 있다”고 한 주 원내대표는 “피고인과 같이하는 아주 볼썽사나운 일정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은혜 대변인도 논평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중립 의무를 위반한 채 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다”며 “재난에는 숨어 있던 콘트롤 타워가 선거 때는 청와대에 우뚝 선다. ‘떴다방’ 관권 선거”라고 비판했다.

부산이 지역구인 서병수 의원은 “명백한 선거 지원 운동이다. 선거운동을 즉각 중지하라”고 촉구했고 원희룡 제주지사도 “선거법 시비가 당연히 뒤따를 것이다. 어쩌면 야권이 이런 문제를 제기해주는 것을 기대하고 정치공학적 계산을 마친 것일지도 모르겠다. 대통령까지 표만 생각하면, 이 나라가 어찌 되겠는지 가슴이 터진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정호진 수석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에서 “보궐선거용 매표 법안인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의 문제점이 봇물 터지듯 쏟아진다”며 “대통령까지 나서서 (법안에) 쐐기를 박는 것은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가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했다.

靑 “선거와 무관”…여당 “편협한 생각 그만”

비난이 쏟아지자 청와대는 “부산 방문은 보궐선거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문 대통령의 부산 방문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소통 행보의 일환으로 오래전에 결정된 행사”라며 이같이 말했다.

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의 차질 없는 추진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꾸준히 관련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면서 “지난달 11일 신년사에서도 초광역 지역균형 뉴딜을 강조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도 “편협한 생각”이라고 쏘아붙였다. 신영대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이미 오래전부터 기획된 것으로 이번 선거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어떻게든 그 취지를 훼손하고 공격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고 고 지적했다. 신 대변인은 “국민의 힘은 부산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 행보가 4‧7 재보궐선거만을 위한 선거용 공약이라는 편협한 생각만 하고 있느냐”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에서 이날 대통령 부산 일정을 먼저 공개한 것을 두고도 신 대변인은 “대통령 일정은 국가 기밀 사안”이라며 “선거개입 프레임으로만 바라봐 대통령 일정 엠바고의 기본 원칙마저 깨버리는 몰상식한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대통령의 일정을 공개한 것, 탄핵 막말, 부산 발전을 위한 정책을 선거용 공약으로 치부한 것에 즉각 사과하라”고 한 신 대변인은 “가덕도 신공항과 동남권 메가시티 추진 등 부산 발전을 위한 정책에 소모적인 정치 공세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정청래 “문재인은 박정희가 아니다”

정청래 의원도 “문재인은 박정희가 아니다”라며 “대통령에게 괜히 시비 걸어 알량하게 표 얻을 생각 말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이 1년 만에 부산을 방문했다고 국민의힘이 난리가 났다. 선거 개입으로 탄핵 사유라며 입에 거품을 물었다. 대통령은 움직이지도 말라는 것인가”라며 “(문 대통령의 부산 방문은) 부산, 울산, 경남의 동남권 메가시티를 구축하는 전략을 위한 행사다. 부산·울산·경남의 800만 시·도민 공동의 생활권과 경제권을 구축하는 전략을 점검하러 갔다. 대통령으로서 당연한 행사”라고 강조했다.

“1967년 박정희 대통령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김대중 후보를 낙선시킬 목적으로 목포에서 국무회의까지 열었다고 한다”고 한 정 의원은 “당시 경제기획원 장관은 목포지역 공약을 발표하는 명백한 선거운동을 했지만, 이런 행위는 공화당 총재라서 그럴 수 있다고 선관위는 문제 삼지 않았다고 한다”고 했다.

“문재인은 박정희가 아니고 민주당은 공화당이 아니다”라고 강조한 정 의원은 “박정희 DNA를 뼛속 깊이 보유한 국민의힘이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것은 알겠는데, 마음에 평상심을 장착하시라. 지금이 쌍팔년도도 아니고 더구나 박정희 유신의 추억을 떠올리는 국민도 없다”고 했다.

그는 또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대통령이 선거 목적을 ㅗ행보를 하고 또 어느 시대 국민인데 거기에 영향을 받겠느냐”라고 반문하며 “국민의힘은 당신들 할 일이나 묵묵히 하시라. 대통령에게 괜히 시비 걸어 알량한 표 얻을 생각 말고”라고 일갈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