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26일 오전 9시부터 전국 곳곳에서 동시에 시작된다. 요양병원‧시설의 만 65세 미만 입소자 및 종사자 등 총 5266명이 첫 접종 대상자다. 이는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해 1월20일 이후 1년 37일 만이다.
정부는 오는 9월까지 전 국민의 70% 이상에 대한 1차 접종을 마치고 오는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해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난다는 게 목표다. 당국은 연일 논란이 됐던 ‘1호 접종자’를 특정하지 않았다. 또한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해서도 접종을 제외했다. 아울러 백신 접종 후 발생할 수 있는 아나필락시스 등 이상 반응에 대비해 접종 후 약 30분간 증상 관찰을 당부하면서 접종현황 등의 공개로 참여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부터 전국 보건소와 요양병원 등 1915곳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이 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경북 안동공장에서 위탁 생산한 제품이다. 정부는 아트트라제네카 측과 1000만명분의 백신 구매계약을 체결했고 이 가운데 초도물량 78만5000명분(157만회분)이 지난 24일부터 순차적으로 풀리기 시작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안동공장에서 경기도 이천물류센터로 옮겨진 뒤 그곳에서 접종기관별 배분량에 맞게 다시 소포장 돼 25∼28일 4일간 보건소 258곳과 요양병원 1657곳 등 접종현장으로 배송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적정 유통온도가 영상 2~8도로 일반 냉장유통이 가능하다. 이에 별도 시설을 갖추지 않고, 각 보건소와 의료기관에서 배송받아 접종할 수 있다. 먼저 요양병원 1657개소, 노인요양시설 등 4156개소의 입원·입소자 및 종사자 중 28만9000이 접종에 동의했으며 동의율은 93.7%로 나타났다.
감염병전담병원, 거점전담병원, 중증환자 치료병상 운영 병원 등 코로나19 환자 치료병원 143개소와 35개소 생활치료센터 근무 의료인 중 5만5000명이 접종에 동의해 동의율은 95.8% 수준으로 나타났다.
고위험의료기관 및 코로나19 1차 대응요원의 대상자 등록·확정 절차는 2월 말까지 진행되며, 접종 대상자 등록 현황 및 동의율은 확정 이후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검토한 바에 따르면 만 18세 이상 8895명 대상 표준 용량으로 2회 투여한 임상 2~3상 결과 약 62%의 코로나19 예방효과를 나타냈다.
우리보다 앞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국가는 대부분 ‘1호 접종자’를 정했지만 질병청은 특정인을 지정하지 않기로 했다. 질병청은 전날 참고자료를 통해 “26일 오전 9시 전국적으로 동시에 시작되는 요양병원, 요양시설 65세 미만 입원‧입소자 및 종사자 분들이 모두 첫 번째 접종자가 된다”고 설명했다.
접종 첫날인 26일엔 전국 213개 요양시설의 입소자‧정소자 5266명이 백신을 맞는다. 요양시설 입소자와 종사자는 보건소에서 접종을 받을 수 있고 거동이 불편한 경우라면 의료진이 방문 접종도 시행한다. 이와 별개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배송받은 292개 요양병원에서도 접종을 시작한다.
정부는 기관별로 접종이 이뤄지기 때문에 첫날 접종 인원을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경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관리반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요양병원 같은 경우엔 자체적인 계획에 따라 5일간 분배해 접종을 시행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당국이 인원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며 “5266명 이상이 접종 받을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아나필락시스’ 대응 체계 마련…부작용 보상절차 5년 이내 신청 가능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주사 부위 통증 등 대부분 접종 후 1~2내에 사라지는 가벼운 증상의 이상반응이 보고되고 있다. 중증 이상반응으로 보고된 안면마비, 사망 사례 등은 백신과의 인과성이 보고되지 않았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중증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다. 아나필락시스는 몸의 면역기관이 특정 물질에 과다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코로나19 백신 뿐만 아니라 모든 백신 접종 시 발생할 수 있는 이상반응 중 하나다.
아나필락시스의 경우 대부분의 경우는 30분 이내에 증상이 나타나고 피부나 호흡기, 소화기 등의 증상이 복합적으로 발생한다. 제때 치료를 하지 못하면 심할 경우 사망할 수 있다. 다만 코로나19 임상시험 과정에서는 아나필락시스로 인한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다고 보고됐다.
당국은 코로나19 접종 전 몸 관리를 하고, 반드시 의사와 예진을 통해 과거 접종 후 알레르기 반응 여부를 알리도록 당부하고 있다. 접종 후에는 15~30분간 의료기관에 머물며 상태를 지켜보는 걸 권고한다.
당국은 아나필락시스 등 이상반응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각 의료기관에 대응 체계를 마련하고,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 대상 교육을 실시했다. 또 이상반응 발생 시 신속한 신고,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접종 받은 사람이 쉽고 편하게 신고할 수 있도록 예방접종도우미 누리집에 이상 반응 신고 기능을 마련했다.
아울러 정부는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이 있으면 본인 또는 보호자가 의료기관 진단서와 보상신청서 등 구비서류를 갖춰 주소지 관할 시·군·구 보건소에 보상을 신청하면 된다.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이 발생한 날로부터 5년 이내에 신청할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접수 후 역학조사를 진행해 예방접종에 따른 이상반응인지 등 인과성을 조사하게 되며, 늦어도 120일 이내에 심의를 거쳐 보상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국가보상제도로 지급 가능한 부분은 진료비(본인부담금), 간병비(입원진료시, 하루당 5만원), 장애일시보상금, 사망일시보상금 및 장제비 등이다. 중증 장애를 얻거나 사망하는 경우 백신 접종과의 연관성이 인정되면 4억3000여만원이 지급된다. 경증 장애 진단시에는 사망보상금의 55% 수준이 지급된다.
아울러 독감 등 기존에 국가에서 시행하는 다른 종류의 예방접종 사업의 경우 소액 진료비 신청이라고 하더라도 본인부담금이 30만원 이상인 경우에만 보상 신청 자격이 주어졌지만,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올해 접종 사업에 한해 보상기준이 전액으로 확대됐다. 코로나19 백신 이상반응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라고 질병청은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정은경 질병청장은 지난 24일 대국민 백신 설명회에서 “조사를 통해 백신접종과의 인과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이상반응에 대한 보상을 할 예정”이라며 “현재 가장 우려가 되는 중증이상 반응은 ‘아나필락시스’(중증 알레르기 반응)로 인해서 입원치료나 이런 것을 받았을 때 생기는 문제와 또 다른 중증신경계 이상반응에 대한 부분들이 (보상)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27일부터 화이자 접종 시작…
27일부터는 화이자 백신이 도입돼 코로나19 치료병원 종사자 등 143개 기관 5만4498명에게 공급된다. 화이자 백신 접종 첫 날인 27일에는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국립중앙의료원 종사자 199명과 수도권 코로나19 환자 치료병원 종사자 101명이 예방접종을 받을 예정이다.
그 이후에는 자체 접종 의료기관에 백신을 배송해 백신의 보관기간(해동 후 120시간) 내에 의료기관별 계획에 따라 접종을 진행한다.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는 첫 주인 2월27일~3월1일은 3월6일(토)과 3월7일(일)을 제외한 연휴기간이나 휴일에 관계없이 접종이 실시되고 3월12일까지 1차 접종이 완료된다.
고위험의료기관, 코로나19 1차 대응요원에 대한 접종은 대상자 등록 및 확정, 배송 계획 수립 등을 거쳐 3월 초 대상기관으로 백신을 배송하고, 3월 중 1차 접종을 완료할 계획이다. 추진단은 코로나19 예방접종계획을 기반으로 백신의 공급량 확정 등 변동사항을 반영하고, 예방접종전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서 매월 시행계획을 마련해 추진할 예정이다.
예방접종 후 증명서 발급…마스크 벗을 수 없다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을 모두 마친 사람은 정부24(www.gov.kr)와 예방접종도우미 누리집(https://nip.kdca.go.kr)에서 ‘예방접종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증명서가 있다고 방역수칙이 모두 면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밀접접촉자로 분류될 경우 적용되는 자가격리가 면제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접종 증명서를 받았다고 해도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거나 모임 금지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시설 출입이나 집합금지 면제 등 접종자에 대한 혜잭도 생기지 않는다. 예방접종을 맞지 못하는 임신부, 소아·청소년에게는 차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은경 예방접종대응추진단장(질병관리청장)은 앞선 브리핑에서 “예방접종증명서가 있다고 해서 어느 시설에 대한 출입이나 집합 금지를 면제하는 것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방역당국은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이 선행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로 분류됐을 때 자가격리를 기존처럼 2주간 적용할지 아니면 일부 조정할지 등을 놓고 전문가들과 논의하며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향후 증명서를 위·변조하는 일이 없도록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예방접종 증명서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접종 미루면 가장 후순위…'적극 참여' 당부
현재 국내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78만여명분과 국제 백신 공급기구인 ‘코백스(COVAX Facility)’를 통해 확보한 화이자 백신 5만5000여명분이다. 제약사와 개별 협상을 통해 확보한 화이자 백신 1300만명분 중 50만명분은 3월말까지, 300만명분은 2분기 내로 들어올 예정이다.
이외에 모더나, 노바백스, 얀센 등의 백신은 2분기 도입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미정이다. 당국은 1분기 시설 거주 입원·입소자, 종사자, 코로나19 환자 치료 의료진, 코로나19 1차 대응 요원 등의 접종 후 2분기엔 의료기관 종사자, 3분기엔 일반 성인 등을 대상으로 순차적 접종을 시행할 계획이다.
자기 순번이 끝날 때까지 접종을 받지 않으면 접종 순위는 가장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 당국은 최초 접종일 다음 날인 27일부터 누적, 일일 접종현황과 전국·지역별 접종인원, 이상반응 신고 현황 등 국민이 궁금한 사항을 누리집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정은경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장은 “집단면역 형성을 위해 접종순서에 해당하시는 분들은 예방접종에 적극 참여해달라”고 당부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