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동결자금 일부 스위스 이전 방안 존재에 동의”

입력 2021-02-25 19:56
지난 21일 이란 테헤란에 위치한 한국대사관에서 유정현 주이란대사와 헴마티 이란 중앙은행장이 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 한국 내 이란의 동결자금 일부를 스위스로 이전하는 방법이 있다는 데에 동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지난 1월부터 억류해 온 한국 선박 문제 해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25일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한국 시중 은행에 동결된 이란의 자금을 스위스로 보내는 방법에 동의했는지 묻는 질문에 “(미국이) 스위스 인도적 교역채널(SHTA)을 통한 송금 방법이 존재한다는 점에 동의했다고 보면 되는데, 전체적으로 어떻게 송금할지는 협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간 SHTA에 사용할 수 있도록 동결자금 일부를 스위스에 있는 이란 계좌로 이전하는 방안을 미국과 논의해 왔다. SHTA는 미국 정부 허가 아래 스위스에 본사를 둔 의약·의료, 식품 업체가 이란에 인도적 물품을 수출하고 그 대금을 스위스의 은행이 지급 또는 보증하는 방식이다.

미국이 이 방안에 동의하면서 송금을 위한 기술적 문제만 마무리되면 이체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이란은 한국 내 동결자금을 스위스 계좌로 옮기는 과정에서 미국의 제재로 다시 동결될 가능성을 우려해 왔다.

구체적인 이체 금액과 시기는 향후 협의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측은 “한국에서 동결된 70억달러 중 10억달러를 우선 돌려받을 것”이라고 했는데, 한꺼번에 10억달러를 송금하기보다 길게는 수년에 걸쳐 분할 이체하는 방안에 무게가 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스위스로 이전할 구체적인 자금액, 시기, 절차와 관련해 “미국 등 관련국과 협의해야 한다”며 “미국의 특별 승인을 받아야 하고 스위스와도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내 동결자금의 스위스로의 이체가 성사된다면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한국 선박의 억류해제 문제 해결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란과 미국이 힘겨루기를 하는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의 복원 문제가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미국이 동결자금 이체를 핵합의 협상 카드로 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