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코로나 팬데믹’이 국내에서도 새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이다. 이 가운데 국내에서 민관협력으로 일본에서도 탐을 낼 정도의 백신 접종용 주사기가 탄생해 화제가 되고 있다.
26일 중소기업벤처부와 삼성 등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인 풍림파마텍의 ‘최소잔여형(LDV) 주사기’가 지난 17일 FDA(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았다. 이 주사기는 백신 한 병으로 5회분까지만 주사할 수 있는 일반주사기와 달리 잔량을 기존 70~80㎕에서 4㎕까지 최소화해 6회분 이상 주사가 가능하도록 만든 특수 주사기다.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도 전북 군산에 위치한 풍림파마텍의 생산공장을 찾아 시찰하는 등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LDV 주사기는 전 세계적으로 백신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특히 빛을 발하며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의 경우 당초 화이자에 백신 주문을 넣을 때 병당 6회 접종을 상정했던 만큼 특수 주사기가 시급히 필요하다. 이 때문에 풍림파마텍에 8000만개에 달하는 양을 구매요청한 상태다. 화이자 역시 1억8000만개의 LDV 주사기를 공급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관 손을 잡으니…1개월 만에 양산 체제 구축한 비결
중기부는 특히 풍림파마텍이 빠른 시간 내에 LDV 주사기 양산 체제를 구축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지난해 K-방역이 호평을 받을 때 진단키트나 마스크 등을 앞장서 공급했던 것처럼 백신 접종 일정에 맞춰서 백신용 주사기를 제때 확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풍림파마텍은 1개월 만에 이 같은 양산 체제를 구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도 FDA 승인을 받는 등 해외 안전 기준을 충족하는 주사기라는 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외신에 따르면 특수 주사기 공급이 급한 일본에서는 의료기기 제조업체 ‘니프로’가 태국 공장에서 생산량을 대폭 늘릴 예정이지만 실질적인 증산은 9월은 돼야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에서도 특수 주사기 확보 문제가 크게 대두되고 있는데 한국이 그런 문제 해결의 계기를 만들어준 셈”이라며 “미국, 일본 등도 기술은 있지만 한국만큼 당장 대규모 양산 체제를 단기간에 구축하기는 어렵다고 한다”고 밝혔다.
강소기업 발굴한 삼성…불신 없애준 정부
대량 양산 체제 구축에는 삼성의 역할도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의 바이오계열사(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풍림파마텍을 발굴하고 이를 중기부와 스마트공장 사업을 함께 진행하던 삼성전자와 연결을 해주면서 해당 사업이 진행될 수 있었다.
스마트공장 사업은 중소기업이 공장 구축을 위해 40%를 투자하면 나머지는 정부와 대기업이 30%씩 분담해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풍림파마텍은 이 과정에서 처음에는 해당 제안을 거절했지만 중기부 등의 중재를 통해 참여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풍림파마텍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LDV 주사기 대량 생산을 위한 시제품 금형 제작 등을 4일 만에 마치고, 30여명의 직원을 파견해서 생산 공정 효율화 등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풍림파마텍은 월 1000만개 이상 생산 가능한 대량 체제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의 바이오 계열사들이 주사기가 전 세계적으로 부족할 상황을 캐치해서 풍림파마텍을 찾아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원 사업을 통해 생산성 향상이나 단시간 내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해당 과정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의약품 허가 과정에서 미국 FDA로부터 수차례 의약품 허가를 받아본 경험을 토대로 서류 작업 등 제반 전 과정에 도움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의약품의 경우 승인을 받으려면 유럽, 미국 등에서 1년에서 1년 반 정도는 걸린다”며 “의료기기지만 1달 정도 만에 사용 승인을 받아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극찬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중기부의 상생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이라는 큰 틀 안에서 삼성과 풍림파마텍이 협업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풍림파마텍의 기부로 LDV 주사기 12만개가 우선 화이자 백신 초도 물량 공급에 맞춰 사용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