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 중진이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출신인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5일 당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추진 움직임과 관련해 “지금 이 시점에 중수청을 별도로 신설하는 것은 마땅하지 않다”고 밝혔다. 당 검찰개혁 특위가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 일환으로 추진 중인 중수청에 대해 처음으로 당내 공개 비판이 나온 것이다.
이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중수청이 신설되면 수사기관이 중수청, 공수처, 경찰, 검찰, 기타 특별수사기관 등으로 난립해 국민과 기업에 부담과 압박이 지나치게 가중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반부패 수사 역량은 저하될 수 있으며, 각 수사기관 간 관계도 복잡해져 혼돈스러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의원은 “오히려 지금 먼저 해야 할 일은 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이 잘 정착되도록 정밀하게 관리하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코로나19 극복과 민생 회복에 최우선으로 노력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설사 검찰 수사권을 완전 배제한다고 하더라도 중수청을 설치할 것이 아니라 중대범죄 수사도 국가수사본부에서 다루게 하면 될 것”이라며 “다만 경찰의 공룡화를 막기 위해 수사-일반경찰, 수사-정보의 분리를 확실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졸속 부실해서는 결코 안 된다”며 “긴 호흡으로 치열하게 공론화를 거치며 다듬고 또 다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정책 브리핑에서 중수청 관련 질문에 “매사가 시기가 적절하냐, 준비가 돼 있느냐 등의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중수청 설립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중수청 설립과 관련한 설왕설래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검찰개혁특위가 추진하고 있는 검찰개혁 방안은 황운하 민주당 의원 등 21명이 발의한 ‘중수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검찰이 담당하고 있는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하고, 중수청을 신설 이관하는 내용이다.
민주당 검개특위가 상반기 중 중수청 신설법안 처리 방침을 세운 가운데 당 안팎에서는 속도조절 목소리도 나온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에 출석해 “대통령께서 제게 하신 말씀은 크게 두 가지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수사권 개혁의 안착이라는 말씀을 하셨고, 두 번째는 범죄 수사 대응능력과 반부패 대응 수사 역량이 후퇴돼서는 안 된다는 말씀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장관의 발언을 토대로 “문재인 대통령이 속도 조절을 주문했다”고 분석했다. 특위에선 “비공식적으로도 그런 메시지를 받은 적 없다”며 “3월 입법, 6월 처리라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다시 “문 대통령이 중수청 속도 조절을 당부했다”고 언급하자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직접 “그런 말 안 하지 않았느냐”고 따지는 장면도 나왔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