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1이 27일 성대한 막을 올리는 가운데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와 최근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기성용의 소속팀 FC 서울의 공식 개막전에 관심이 모인다. 두 팀 모두 지난 시즌 종료 뒤 새 감독을 맞아 변화를 꾀하고 있어 첫 단추를 승리로 꿰는 게 어느 때보다 중요할 전망이다.
전북은 27일 오후 2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서울을 맞아 2021 K리그1 1라운드 경기를 갖는다. K리그1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라운드 수를 축소해 아쉬움을 남겼지만, 올 시즌엔 정상적인 38라운드 체제로 치러진다. 게다가 관중석의 10~30%까지 팬 입장이 허용돼 전북-서울전에선 올해 첫 축구의 열기를 직접 만끽할 수 있다.
전북은 지난 시즌 팀의 K리그1 4연패와 더블(리그·FA컵) 우승을 이끈 주제 모라이스(브라질) 전 감독이 팀을 떠난 뒤 팀 레전드 출신 김상식 수석코치를 감독으로 선임하며 새 시즌을 준비해 왔다. 아직 감독 경력이 없어 서울전이 데뷔 경기지만, 최강희 전 감독과 모라이스 전 감독이 퇴장 징계로 벤치에 앉지 못했을 때 대신 팀을 지휘한 경험은 있다. 지난 시즌 팀을 지휘할 땐 오히려 전북의 공격력이 배가되는 모습도 보였다.
김 감독이 지난 미디어데이에서 밝힌 시즌 모토도 ‘닥공(닥치고 공격)’을 업그레이드한 ‘화공(화끈·화려한 공격)’이다. 오랜 기간 팀 최전방을 책임졌던 ‘라이언킹’ 이동국이 은퇴하고 지난 시즌 K리그1 최우수선수(MVP) 손준호와 신형민, 무릴로 등 주축 선수들이 팀을 옮긴 전북이지만 그만큼 ‘화공’을 뒷받침할 선수 보강도 있었다. 임대 복귀한 ‘라인 브레이커’ 김승대와 포항 스틸러스에서 영입된 지난 시즌 K리그1 득점 2위(19골) 일류첸코가 김 감독의 전술에 어떻게 녹아들었는지가 이날 전북 경기력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최근 3년 간 11위-3위-9위로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였던 서울도 박진섭 감독을 선임해 명가 재건을 꿈꾼다. 박 감독은 2019 시즌 광주 FC의 K리그2 우승과 승격을 이끌고 지난 시즌 처음 K리그1에서 지휘봉을 잡았음에도 팀의 파이널A(1~6위) 진출을 이끌 정도로 지도력을 인정받은 감독이다. 다만 서울 같은 대규모 구단을 이끄는 건 처음이라, 전북과의 개막전은 박 감독이 이름값 높은 선수들을 이끌고도 자신의 축구를 구현할 수 있을지 확인해볼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서울은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 나상호, 포항 중원의 ‘믿을맨’이었던 미드필더 팔로세비치 등을 영입해 박 감독에 힘을 실어줬다. 다만 중원의 중추가 될 기성용의 최근 성폭력 논란은 서울에겐 골칫거리다. 축구선수 출신 C씨와 D씨는 24일 법무법인 현의 박지훈 변호사를 통해 2000년 1~6월 전남의 한 초등학교 축구부 합숙소에서 선배 A선수와 B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했는데, A선수가 기성용이란 추측이 제기되면서 소란이 일었다.
기성용은 2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제 축구 인생을 걸고 결코 그런 일 없었다”고 의혹을 직접 전면 부인했지만, 경기 출전은 여전히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서울 관계자는 “기성용이 어제 오늘 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하긴 했지만 출전에 대해선 논의한 게 전혀 없다”며 “가장 중요한 건 사실 관계 확인이라, 현재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쪽과 연락을 취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전북-서울전 외에 대구 FC-수원 FC(27일), 포항-인천 유나이티드, 수원 삼성-광주(이상 28일), 울산 현대-강원 FC, 성남 FC-제주 유나이티드(이상 3월 1일)가 시즌 첫 맞대결을 펼친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