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검찰 개혁 ‘속도조절론’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속도조절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는 더불어민주당과 박 장관의 발언과 상반돼 논란이 일고 있다.
유 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이 ‘검찰 수사권 박탈과 관련해 박 장관의 발언 때문에 (속도조절론이) 촉발됐다고 하는데 대통령 의중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유 실장은 “속도조절 말씀이냐”며 “박 장관이 임명장을 받으러 온 날 대통령께서 속도조절을 당부했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분리하고 대신 수사청을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검찰 개혁 시즌2’ 법안을 준비 중이다. 2~3월에 발의하고 상반기 내 통과시키는 계획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검찰 개혁 시즌2에 사실상 속도조절을 당부했다는 논란이 일면서 당·청 간의 이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앞서 지난 22일 박 장관은 수사권 개혁의 안착과 반부패 수사 역량이 후퇴돼서는 안 된다는 문 대통령의 당부를 전했었다. 논란이 확산하자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 직후 “청와대와 당이나 정부는 검찰 개혁 방향을 함께 공유하고 있고 (언론에 보도된 것과 같은) 이견은 없다”고 반박했다. 박 장관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서도 그렇고 나도 속도 조절이라는 표현을 쓴 적 없다”고 했다.
그러나 유 실장의 이날 발언은 문 대통령이 속도 조절을 당부했다고 인정했다는 점에서 여당이나 박 장관의 발언과 상반된다. 이에 운영위원장인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유 실장에게 “대통령께서 정확한 워딩이 ‘속도 조절하라’고 말한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박 장관이 이미 국회에서 대통령으로부터 어떤 지침을 받았는지 이야기했는데 ‘대통령이 속도 조절하라고 했느냐’는 질문에 실장님이 ‘그렇다’고 해버리면 대통령이 워딩을 그렇게 쓴 거로 돼 버린다”고 했다. 이에 유 실장은 “제가 그 자리에 있었는데 확인을 다시 해보겠다”라며 “정확한 워딩은 그게 아니었고, 그런 의미의 표현을 하셨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