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 간부 인사안을 사후 결재했다는 의혹에 대해 “문 대통령이 (검찰 인사) 발표 전에 승인했다”며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전자결재가 검찰 인사 발표 다음 날인 8일 이뤄진 것을 두고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하게 돼있다”며 문 대통령의 재가 과정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24일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청와대 참모들을 상대로 법무부가 문 대통령의 재가를 얻기 전 검찰 간부 인사를 발표했다는 ‘문 대통령 패싱’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언론에는 사후 (전자)결재해, 대통령도 패싱당했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무슨 의미냐”라고 지적하자 유 실장은 “7일 일요일에 법무부가 인사 발표를 하고, 8일 전자결재로 재가했다. 이는 장차관 인사에서 통상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 발령일자는 9일이다.
이에 정 의원은 “‘헌법82조는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한다’고 돼 있다”며 “사후에 한 건 헌법 위반행위”라고 주장했다. 장차관 임명의 경우 인사 확정이 나면 대통령 승인 후 공식 발표를 하고 그 뒤에 전자결재를 진행한다. 유 실장은 결재의 의미를 ‘대통령 승인’으로 간주하는 반면 정 의원은 결재를 ‘전자결재’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유 실장은 검찰 고위간부 인사 과정에서 불거진 신현수 민정수석 패싱 의혹에 대해 “국민에게 송구하다”면서도 패싱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유 실장은 “(신 수석이) 수차례 구두사의 표명이 있었고 그 뒤 문서로 사표를 냈다”며 “수리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유 실장은 “일이라는 것은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대통령이 고민하고 결심하리라 생각한다”며 “그렇게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유 실장은 이번 논란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신 수석 간 소통에 원인이 있었다고 했다. 유 실장은 “법무부로서는 제청에 의해서 대통령에게 재가 승인이 올라가니까 이 정도 선에서 충분히 협의가 됐다고 생각했다”며 “민정수석 입장에서는 대통령을 보좌해서 인사를 협의하는데 법무부에 어떤 리더십, 검찰에 대한 신뢰 이런 부분에 좀 상처를 받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런 부분이 표출된 문제”라고 했다.
유 실장은 “문 대통령이 민정수석을 모셔올 때 당부한 게 있다. 원만한 협조관계를 가지라, 그게 민정수석에 주어진 큰 역할이었다”고 설명했다.
유 실장은 문 대통령과 자신이 신 수석에 대한 사의를 수차례 만류했다고 전했다. 그는 “저도 굉장히 사의를 만류했고 대통령도 만류했다”면서도 “신 수석은 본인이 이번 건으로 법무부와 검찰 사이에서 조율자의 역할을 하기에는 굉장히 힘들어졌다고 판단했고 그 괴로움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심지어 저는 ‘리더십을 회복시켜주겠다. 뭘 해드리면 되느냐’ 이런 대화도 했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