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이르면 23일(현지시간) 자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일반적인 냉동 온도에서 보관해도 된다고 승인할 예정이다. 초저온을 유지해줘야 한다는 보관 상의 까다로운 단점을 상쇄시켜 백신 보급을 한결 용이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FDA가 이르면 이날 일반적인 냉동고 온도에서 화이자 백신을 보관해도 안전하다는 내용의 새 지침을 백신 제공업체들에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앞서 화이자 백신은 영하 80~영하 60도 사이 초저온 상태에서 보관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FDA의 승인을 받았다. 특별 설계된 용기에 넣어 운송해야 하고 해동 후에도 5일 이내 접종을 마치지 않으면 폐기해야 하는 방식이다. 취급 조건이 매우 까다로워 95%에 달하는 높은 예방률에도 불구하고 관련 시설을 갖춘 선진국에서만 유통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9일 화이자는 새로운 접종 관련 데이터를 근거로 FDA에 자사 백신의 초저온 보관 조항을 영하 25~영하 15도 일반적인 냉동 온도에서 2주간 보관해도 안전하다는 내용으로 수정해달라고 요청했다. 데이터는 전 세계 백신 접종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스라엘 등지에서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이번 지침 변경과 관련해 “소규모 병원이나 약국들도 그들이 이미 갖추고 있는 평범한 냉장 시설을 이용해 접종을 실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개발도상국으로의 공급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오는 3월부터 미국 내 화이자 백신 공급량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존 영 화이자 최고사업책임자(CBO)는 이날 미 하원 에너지·상업위원회 청문회에 제출한 사전 증언에서 “출하 가능한 물량이 3월 중순까지 주당 1300만회분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3월 말까지 1억2000만회분, 5월 말까지 추가로 8000만회분을 출하할 수 있도록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이달 중 긴급사용 승인이 유력한 존슨앤드존슨 백신까지 더해질 경우 미국 내 백신 공급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