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가리고 아웅’ 미얀마 군부 “쿠데타란 말 쓰지마”

입력 2021-02-24 15:08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지난 11일 TV를 통해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미얀마 군부가 ‘군사정부’(Junta)란 표현을 계속 쓰면 언론의 출판권을 박탈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군부는 ‘쿠데타’ 대신 ‘권력 이양’라는 단어도 쓰도록 강압하고 있다.

24일 이라와디 등 미얀마 매체는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지난 22일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군사정권(Junta, Regime)이란 용어를 계속 사용하는 언론은 출판 허가를 잃게 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고 전했다.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이 자리에서 “미얀마 언론협의회를 통해 언론 윤리에 따른 규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미얀마 언론협의회는 언론 분쟁을 조사·해결하고, 윤리강령 등을 만드는 기구다.

미얀마 정보부도 “헌법에 따라 군에 의해 설립된 정부이기에 군사정권이란 단어를 써서는 안 된다”며 미얀마 언론협의회 측에 윤리적으로 보도하고, 국민 불안을 조장하지 말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부가 지난해 11월 총선 부정행위가 있었기에 헌법에 따라 정권을 맡았고, 비상사태 규정에 따른 임무를 수행 중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한 발도 후퇴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 22일 미얀마 시민들이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 ‘22222 시위’(2021년 2월 22일 펼쳐진 총파업과 저항이라는 뜻)를 벌이며 군부를 규탄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2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군부가 대기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얀마 언론인들과 시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유세인 윈 ‘미지마 미얀마뉴스’ 편집국장 대행은 “군부의 이러한 발언은 독립언론에 대한 경고이자 정확한 보도를 중단시키려는 시도”라며 “정부가 언론사 면허를 취소하면 군사정권 아래 미얀마는 암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계속 군사정권(Junta, Regime, military council)이란 단어를 쓰겠다고 강조했다. 미얀마 언론협의회에서 지난주 사임한 한 위원도 “군사정권이란 단어는 편파적 용어가 아니다. 그것은 단지 상황의 본질을 나타낼 뿐”이라며 “언론의 자유가 있다면 우리는 군사정권이란 단어를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언론인들은 자신의 자리를 내던지며 군부에 항의하고 있다. 미얀마타임스 간부들은 지난주 경영진이 “쿠데타라는 단어가 아닌 ‘권력 이양’이란 단어를 쓰고, 정보부의 지침을 따르라”는 지시를 내리자 동반 사표를 던졌다. 미얀마 언론협의회도 쿠데타 이후 위원 26명 중 23명이 사임했다.

2018년 2월 3일 민 아웅 흘라잉(가운데) 최고사령관 등 미얀마 군부의 모습. AFP 연합뉴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