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취준해도 면접 고작 2번…청년 60% “사실상 구직 포기”

입력 2021-02-24 12:00

코로나19로 청년 실업이 심화되면서 과반수의 청년들이 사실상 구직을 포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1년 넘게 이어지는 코로나19 상황에 일자리를 찾겠다는 의욕마저 사라진 것이다.

24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청년구직자 3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일자리 상황에 대한 청년세대 인식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은 최근 1년간 8.4번의 입사지원서를 제출하고 2회의 면접을 봤지만 취업에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평균 구직활동 기간은 9.3개월이었다.

코로나19로 고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취업에 대한 청년들의 의지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구직을 포기한 응답자는 61.1%로 의례적으로 구직활동을 하거나(37.4%) 거의 안 하거나 쉬고 있다(23.7%)는 응답이 과반수였다. 응답자의 24%만이 구직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고 답했다.

취업에 대한 기대도 약해졌다. 응답자의 57.1%는 올해 안에 취업이 어려울 것으로 봤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를 준비해야 할 청년들의 자신감마저 위축돼 자칫 잃어버린 세대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청년 취업이 유독 어려운 이유로는 기업의 경력직 선호(47.4%)를 꼽았다. 지난해 구직시장에 진입한 신모(23·여)씨는 “기업이 경력직을 선호하니 결국 졸업생과 현직자가 경쟁하는 구도가 생기는 것 같다”며 “면접 스터디에 가면 매번 현직자가 포함돼 있었다”고 말했다.

노동시장 경직성으로 청년층 기회감소(26.1%), 대학 졸업자 과다(13.4%) 등도 청년 취업이 어려운 이유로 꼽혔다.

고용시장의 회복에는 2년 이상 걸릴 것(73.6%)이라는 응답이 주를 이뤘다. 올해 안에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한 응답자는 3.6%에 불과했다.

정부의 단기 공공일자리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응답자의 6.4%만이 정부의 단기 공공일자리에 참여한 경험이 있었다. 이들 중 52.4%는 해당 경험이 취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 반면 47.6%는 단순 업무이기 때문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청년 일자리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경기 회복이 우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청년 일자리 문제 해소를 위한 우선 정책과제로는 경기 활성화(35.9%), 노동시장 개혁(18.2%), 기업투자 촉진(11.9%) 등이 꼽혔다.

전인식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신산업 분야에서 고숙련 전문인력 수요가 많은 만큼 인력양성 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기업이 새로운 사업을 벌일 수 있도록 제도와 분위기를 쇄신하고 기업들이 청년을 채용할 수 있는 여력을 넓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