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가 쿠데타에 저항하는 군중을 향해 총격 등 무차별 진압을 이어가는 가운데 시민들이 자신의 몸에 혈액형과 긴급연락처를 적으며 사선을 넘나들고 있다. 목숨을 걸어서라도 민주주의를 사수하겠다는 결의에 찬 모습이다.
24일 트위터 등 SNS에 따르면 지난 22일 미얀마 시민들은 ‘22222 시위’(2021년 2월 22일 펼쳐지는 총파업과 저항이라는 뜻)에 나서기 전 혈액형과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팔뚝에 적은 뒤 사진을 찍어 공유했다. 군경의 유혈진압으로 4명의 시민이 숨진 뒤 자신 또한 같은 처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죽음을 불사하는 결기를 행동으로 표현한 것이다.
특히 10대로 알려진 시위 참가자는 어머니가 직접 자신의 팔뚝에 O형 혈액형과 연락처를 적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아들이 시위하다 군경에 다치게 되면 O형 피를 수혈하고 자신에게 연락해 달라는 뜻이다. 아들은 거리로 나가기 전 어머니에게 큰절을 드리고, 부처에게도 기도를 올리는 등 절절한 모습을 보였다. 아들과 어머니 모두 비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B형 혈액형, 긴급연락처 밑에 ‘엄마, 사랑해(Love you Mom)’라는 글귀를 더했다.
톰 앤드루스 유엔 미얀마 특별보고관은 이 사진을 두고 “팔에 혈액형을 쓰며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것은 미얀마 전역의 시위대가 월요일(지난 22일)에 한 일”이라며 “그들은 겁을 먹지 않았다. 준비됐다. 시민들의 용기가 이길 것”이라고 적었다. 한 네티즌도 “미얀마에서 평화 시위를 하기 전 엄마는 10대 아들의 몸에 혈액형과 긴급번호를 적었다. 행운을 빌었다.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라며 경의를 표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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