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원 학생 30명 고소에 화환 등장 긴장감 고조

입력 2021-02-24 10:52 수정 2021-02-24 14:21
24일 충북 청주대학교 본관 3층 노동조합 사무실 입구에 총학생회를 응원하는 화환이 놓여 있다. 노조는 지난 19일 총학생회 간부들이 노조의 현수막 등을 불법적으로 철거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홍성헌 기자

“주인은 학생입니다”, “학생들을 버린 직원, 선생이 아닌 배신자”

24일 청주대학교 본관 1~3층 계단과 복도 곳곳에 이런 글귀가 적힌 화환 40여개 들어섰다. 이 대학 총학생회를 지지하는 이들이 보낸 것이다. 다른 대학의 총학생회와 일반 학생 등이 응원하고 나섰다. 화환에는 “자식뻘 되는 학생들을 고소하는 게 말이 되는 가”, “대학생을 공격하는 행위! 철회하라!” 같은 문구가 프린트돼 있었다. “학생을 위한 학교를 만들어 주십시오”, “적어도 학생들의 권리는 지켜주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NO조 NO답” 이라고 쓴 것도 있었다.

청주대 노사 분규가 학생과 노조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이 대학 직원노조가 총학생회 간부들이 노조의 현수막 등을 불법적으로 철거했다며 경찰에 고소하면서 대학가의 긴장감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우성제 총학생회장은 성명을 통해 “청주대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선정돼 교육부에서 지원하는 수많은 장학금과 혜택을 제한받아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며 “올해 교육부의 대학 3주기 평가를 앞두고 학내 분규로 인한 감점 요인이 있어 여러 차례 자진 철거를 요구했으나 노조 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4일 충북 청주대학교 본관 입구에 총학생회를 응원하는 화환이 놓여 있다. 노조는 지난 19일 총학생회 간부들이 노조의 현수막 등을 불법적으로 철거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홍성헌 기자

우 회장은 “장기화되고 있는 학내 분규는 불안감을 형성해 면학 분위기를 저해하고 신입생, 학부모 등에게 좋지 않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며 “노조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학생의 권리를 외면하고 합법적인 투쟁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우 회장은 “학생들을 고소한 노조는 지역사회에 일조하고 사회의 첫걸음을 내딛는 학생들의 미래를 짓밟고 대학 발전에 저해하는 행위”이라며 “노조가 말하는 학교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학교를 위해, 학생들을 위해 생각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청주대 노조는 단체협약을 위한 교섭이 2017년부터 4년째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대학 본관에 천막과 현수막 등을 설치해 놓고 대학 측을 압박해 왔다. 총학생회는 노조의 이런 대응이 교육부의 대학 평가 등을 앞두고 학교 이미지를 훼손한다며 지난 17일 노조 천막과 현수막을 철거했다. 노조는 19일 총학생회 간부 등 30명을 경찰에 재물손괴와 정당한 노조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고소했다.

박용기 청주대 노조지부장은 “총학생회 측에 노사 문제에 개입하지 말라고 수차례 공문을 통해 전달했는데 합법적인 노조 선전물을 훼손해 불가피하게 법적 절차를 밟게 됐다”며 “총학생회가 불법 행동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할 경우 고소를 취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만간 총학회장과 만나 대학 발전 방안에 제안할 것”이라며 “총학생회가 노조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법정까지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