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법 개정에 쇼핑형이 거기서 왜 나와?

입력 2021-02-24 07:30

한국온라인쇼핑협회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일명 게임법)’ 전부 개정안에 대해 “타 업계까지 엉뚱한 불똥이 튀었다”면서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온라인쇼핑협회는 쿠팡, 인터파크, 네이버 등 온라인 커머스 기업이 들어가있는 민간 단체다. 게임과 접점이 없는 온라인쇼핑협회가 이례적으로 다른 산업계 법안에 적극적인 반대 입장문을 낸 배경에는 게임아이템 현거래 업체 ‘아이템베이’가 회원으로 들어가있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전부 개정안에 사행성을 조장하는 아이템 유통 행위에 대한 제재안이 담긴 탓에 아이템베이가 협회의 이름을 빌려 반대 목소리를 낸 것으로 보인다. 협회에 소속된 다른 회원사들 사이에서 “입장문이 나가는 지도 몰랐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23일 협회는 “게임법 개정안에 담긴 과도한 광고·선전의 제한이 수익 구조상 광고 수익 매출의 비중이 큰 온라인 쇼핑업계에 불합리한 규정을 부과한다”면서 우려를 담은 입장문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헌법 위반’까지 거론하며 “개정안이 포괄적이고 불명확한 개념과 모호한 기준을 요건으로 하고 있어 헌법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타 법령과의 이중 처벌 및 중복 규제로 인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고, 대다수 조항들이 대통령령에 위임하여 사업자에게 불확실성을 증대시키는 데다가 실효성도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게임법 개정안에 의견서를 제출한 게 굉장히 이례적인 일임을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유통·교육·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게임과 접목한 사업이 활성화 되고있는 상황에서 자칫 게임법 개정안으로 인해 온라인 쇼핑업계 사업자가 엉뚱한 타깃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적었다.

하지만 게임법 전부 개정안과 온라인쇼핑 사업자는 사실상 무관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굉장히 뜬금없는 입장문이 나왔다”면서 “게임법인데 왜 온라인쇼핑 사업자가 규제라고 생각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꼬집었다.

게임법 전부 개정안을 발의한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정안에서 광고관련 조항은 게임 사업자, 청소년 게임 시설 제공업자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면서 “온라인쇼핑 사업자와 무관한 게 명백한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입장문을 낸 데에 다른 의도가 있다고 강한 의심이 들 수 밖에없다”고 말했다.

취재 결과 협회 명의의 입장문은 회원사인 아이템베이가 기획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템베이는 게임 아이템을 현금 거래하는 중개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협회 임원사로는 8년 가까이 활동 중이다.

게임 아이템의 현금화는 대표적인 사행심 유발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 때문에 대부분 국내외 게임들은 아이템 현거래를 ‘계정 정지’와 같은 제재로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문체부 또한 게임 아이템의 환금성으로 이용자의 사행심을 유발하는 행위를 제재 대상으로 보고 있다. 실제 게임법 전부 개정안에는 아이템 현거래 조장에 대한 제재가 명시돼있다.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게임 아이템이 아이템베이 같은 중개 사이트를 통해 거래 될 때 퍼센트 단위로 중개수수료를 떼가기 때문에 고가의 아이템일수록 가져가는 돈이 많아진다”면서 “이런 이해관계가 엉뚱한 입장문이 나온 배경이 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온라인쇼핑협회에 소속된 한 온라인 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입장문이 나가는 걸 전혀 몰랐다. 언론사에서 문의가 온 뒤에야 그런 입장문이 나간 걸 알았다”면서 “접점이 전혀 없는 업계 입장문을 고지도 하지 않고 내서 (회원사들이) 어이없어 하고 있다. 알았으면 막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협회 관계자는 “(아이템베이가) 저희 회원사이다보니 업계 의견으로 보고 저희 이름으로 보도자료가 나간 게 맞다”면서 “이를 주도한 아이템베이측에서 직접 입장문 철회 의사를 밝히고 기사화된 것에 대해 내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해당 법안이 온라인쇼핑 사업자와 무관한 지 검토하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입장문이 나갈 때 검토한 건 맞지만,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된 부분이 있음을 인정한다”고 첨언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