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절벽 뛰어 넘는 광주…청년 취업 잇따라

입력 2021-02-23 15:39 수정 2021-02-23 16:56

광주지역에 가뭄 속 단비 같은 인력 채용이 잇따른다.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과 광주글로벌모터스(GGM), 삼성전자 광주공장 등이 일자리 창출을 이끌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기침체와 암울한 고용절벽 속에서 취업을 원하는 지역 청년들이 한숨을 돌리는 돌파구가 되어준다.

23일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960시간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제1기 인공지능(AI)사관학교 수료생들이 AI실무 특화 인재로 취업·창업을 했거나 도전 중이다.

애초 5.8대1의 경쟁률을 뚫고 입교한 1기 수료생 155명 중 23명이 국내 미들웨어 1위 업체인 티맥스소프트 등에 취업하는 데 성공했다. 40명은 리치엔코, 대신정보통신, 지아이랩 등 AI기업 심층 면접을 앞뒀거나 이력서 제출을 마친 상태다.

AI분야에서 창업했거나 구체적 준비에 착수한 수료생도 19명에 달한다. 학업을 잇기 위해 대학원 석·박사 과정에 진학한 경우는 54명이다.

정보문화산업진흥원은 90%에 가까운 수료생들이 취업·창업·대학원 진학 등을 통해 AI 인재로 활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진흥원은 오는 3월 중 교육시간을 1120시간으로 대폭 늘린 제2기 AI사관학교 교육생 모집에 나선다. 4월에 합격자를 발표하고 10월까지 교육과정을 이어간다.

전남대 수학과 출신인 제1기 수료생 장모(29)씨는 “진흥원이 주관한 AI사관학교 덕분에 무사히 취업했다”며 “수년 이내에 AI 연구·개발자로서 두각을 나타내도록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진흥원은 문화콘텐츠 전문인력 양성·취업 지원을 위해 문을 연 2020년 CGI(컴퓨터생성화상) 아카데미 취업과정 수료생 중에서도 40명이 콘텐츠 업체에 취업했다고 밝혔다.

진흥원은 AI사관학교의 눈부신 성과를 감안해 CGI아카데미를 광주 콘텐츠사관학교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5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지난해 광주형 일자리를 실현한 GGM도 지역청년 취업의 든든한 교두보가 되고 있다.

지난 18일 상생안전실과 사업기획·경영지원·생산·생산관리품질 등 4개 본부에서 근무할 사무직 43명을 선발하는 신입사원 공개채용 원서접수를 마감한 결과 3247명이 지원했다. 대부분 지역 출신이다.

GGM은 지난해 3월 제1차 경력직 21명 공채를 시작으로 부문별로 지역인재 위주의 채용을 진행 중이다.

GGM은 인공지능(AI) 역량검사와 면접시험 등을 거쳐 3월 중 사무직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회사가 지난달 186명을 선발하기 위해 실시한 생산직 원서접수에는 무려 1만2603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오는 4월 시험차량을 선보이는 데 이어 9월부터 완성차를 본격 생산하는 GGM은 앞서 사무·기술직 경력사원 145명을 채용했다. 이 중 76% 110명이 광주·전남 출신으로 파악됐다.

GGM은 향후 단계별로 1000여 명을 역시 지역인재 위주로 추가 고용할 방침이다.

GGM은 지역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데 솔선수범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값연봉과 노사 상생을 뼈대로 출범한 이 회사는 20대 생산직 기준 연간 3000만 원 정도의 임금을 주는 대신 주거·양육·의료 등 복지 혜택을 높이고 고용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역 청년들은 “동종업계와 비교할 때 현저히 낮은 연봉이지만 열악한 지역 고용여건을 고려하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현재 광주지역 하남산단과 송암공단에 입주 중인 지역기업들의 평균 연간 초임은 최저 임금 수준인 2200만~2300만 원에 불과하다.

세탁기 냉장고 등을 생산하는 삼성전자 광주공장도 지난 17일부터 고졸 정규직 공채를 진행 중이다. 2013년 11월 이후 8년여 만이다.

광주공장에서 별도 채용하는 5급 제조공정 신입사원 원서접수는 24일 마감한다.

4000만 원 수준의 연봉을 받는 고졸 정규직 채용은 코로나19 팬더믹에 따른 실내 가전업계 호황에 힘은 바 크다. 실제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가 포함된 CE 부문 2020년 매출은 전년 대비 7.6% 늘어난 48조1700억 원, 영업이익은 36.4% 증가한 3조 5600억 원에 달했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 직무 적성검사와 면접 등을 거쳐 4월 중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광주시 김일융 자치행정국장은 “이례적 채용 열풍이 지역청년들에게는 희소식이 되고 있다”며 “근무조건도 지역 중소기업을 뛰어넘어 괜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