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공장에서 일하다가 석면폐증에 걸린 노동자가 향후 발생 가능한 다른 병 치료비까지 포함해 위자료를 받았더라도, 실제로 다른 병이 발생하면 치료비를 추가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법 민사15단독 장지혜 부장판사는 근로자 A씨가 자신이 근무했던 석면 제품 제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에게 6415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1971년 초부터 1978년 말까지 부산 동래구의 한 석면공장에서 석면 제품을 만드는 일을 했다. 이후 30년 뒤인 2008년 3월 폐가 섬유화돼 굳어지는 질병인 석면폐증 진단을 받게 됐다.
A씨는 “사측이 안전을 소홀히 해 질병이 생겼다”는 취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위자료와 치료비 등 4200만원가량을 받았다.
이후 A씨는 2017년 11월 악성중피종(악성 종양) 진단이 나와 항암치료를 받게 됐다. 이에 회사를 상대로 치료비 7100만원 상당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재차 제기했다.
재판에서 회사 측은 2008년 소송 당시 향후 악성중피종 발병 우려를 포함해 치료비와 위자료를 지급했기 때문에 추가 배상을 할 수 없다는 취지의 항변을 했다.
실제 첫 재판 당시 A씨가 향후 악성중피종 발병 소지가 있고, 치료비를 추가로 요구하지 않는 점이 위자료 지급 참작 사유로 인정됐다.
그러나 추가 소송을 맡은 재판부는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향후 치료비는 필요한 치료의 내용과 기간, 액수 등이 밝혀져야 청구금액을 확정할 수 있다”며 “원고는 이전 재판 당시 섬유폐증만 진단받아 향후 악성중피종 발병 가능성의 정도, 예상 치료비 등에 대해 알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한 상황에서 원고가 섬유폐증 진단 후 약 10년 뒤에 발생한 악성중피종에 대한 향후 치료비 청구까지 포기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다만 원고도 스스로 안전을 살펴야 할 의무가 있었다는 점에서 피고의 책임을 90%로 제한했다”고 덧붙였다.
김아현 인턴기자